까페 디짜이(15-1) - 세 번째 수다모임

10월 8일 금요일 오전 10시 58분 세 번째 수다모임(1)

by 서화림

지나가면 언제건 인사할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가게라는건 매혹적이면서도 그 상대가 막상 심리상담사라 생각하면 아무래도 불편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나 보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부턴가 의식적으로 까페 디짜이 앞을 잘 지나가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조금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모습을 보면서 까페 디짜이를 의식하는 나를 발견하곤 했다.


오늘은 수다모임 가는 날. 너무 일찍도 늦게도 도착하지 않으려 시간을 몇 번이나 보고 나선다. 아직 아무도 오지 않은 까페에 마담과 둘이 있는게 불편해 시간 딱 맞춰 가겠다고 늦추다 지난주는 지각을 하고 말았다. 양산을 무기삼아 오전 열한시의 내리쬐는 햇살을 뚫고 도착한 상담실에는 은하와 엘리가 먼저 와서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있다.


“일찍 오셨네요?”

인사하며 들어가자 두 사람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마주 보며 웃는다. 그녀들은 불과 2회차의 상담 만에 마음을 많이 열었는지 앉아있는 모습이 편해 보였다.


“아, 개똥이님 오셨어요? 오늘은 엘리님과 은하님이 일찍 오셔서 두 분께 먼저 커피 대접을 했답니다. 개똥이님도 커피한잔, 아, 개똥이님은 커피 안 마신다고 하셨죠? 그럼 뭘로 드려야 하나. 메뉴판 한번 보세요. 개똥이님 마실 거 고르는 동안 두 분은 무슨 이야기 나눴는지 개똥이님께 간단히 얘기 해 드리고요.”


“개똥이님. 그런데 개똥이님은 왜 커피 안 드세요? 혹시 술도 안 마시는 거 아니에요?”

엘리가 물어왔다.

“저한텐 커피나 술이나 거기서 거긴 거 같아요. 너무 쓰니까 맛을 잘 못 느끼겠더라고요. 커피는 향은 고소한 거 같은데 막상 입에 머금으면 이 쓴맛을 어떻게 넘겨야 할지 모르겠어요. 술도 소주나 맥주는 너무 써서 잘 못 마시고요. 와인은 그래도 단맛에 마시곤 해요. 제가 의외로 독주는 잘 마셔서 부부싸움 하면 곧잘 위스키 같은 거 혼자서 마시고 뻗곤 했어요.”

“아, 그렇구나.”

혼잣말처럼 엘리가 중얼거렸다.


“두 분 무슨 얘기 하는 중이었는지 개똥이님께도 알려드리라니까요?”

잠깐의 공백을 연마담이 치고 들어왔다.

“음, 저는 부부 싸움한 거 얘기 중이었고 엘리님은 부모님과 다툰 거 얘기 중이었어요.”

조심스러운 말투로 은하가 입을 뗐다.


“아, 두 분 속상한 일 있으셨나 봐요?”

“네. 그래서 아침 되자마자 하소연 하고 싶어서 왔는데 엘리님도 금방 오시더라고요. 그런데 자랑도 아니고 이런 얘길 이렇게 공개적인 자리에서 한다는 게 참 적응이 안 되네요.”

목덜미를 긁적이며 은하가 말했다.


“뭐 어때요. 사람이 맨날 좋으란 법이 있나요. 부부 사이는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아니, 그래도 보면 개똥이님은 남편분하고 사이가 좋으신 것 같아서요. 같이 사이가 나쁘면 모를까 잘 사는 친구 앞에서는 원래 자기 힘든 얘기 하기 어렵잖아요.”

“그렇게 보셨어요? 저희, 결혼 전에는 정말 사이좋았는데 결혼 후에는 그랬던 적이 있기나 한가 싶을 정도로 얼마나 싸웠는데요. 그러니 지금도 따로 살고 있죠.”

세 여자가 일 순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쳐다봤다. 서서히 볼이 빨개지는 느낌이 났다.


“개똥이님 남편분하고 같이 오신 거 아니셨어요?”

연마담이 물어왔다.

“네. 남편은 베트남에서 일하는 중이에요.”

“우와. 저 지금 충격받았잖아요. 아니 왜, 따라가지 않고 혼자 이 먼 데서 두 분이 떨어져 살고 계시는 거예요?”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엘리가 물어왔다.


“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못 오신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가브리엘님이 늦으시네요. 더 기다리기도 힘들고 여러분들의 개똥이님을 향한 궁금증도 참기 어려운 것 같으니 이제 장을 열어야겠습니다. 이런저런 마음은 잠깐 밀어두시고 장이 시작되면 함께 얘기 나눠보도록 해요. 모두 눈을 감아보세요.”

모두의 눈이 감기고 금방 주위가 고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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