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페 디짜이(24) - 두 번째 만남

두 번째 만남

by 서화림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간절하게 그를 떠나고 싶었던 마음과 간절하게 곁에 있고 싶던 그를 보내던 순간이 자주 생각나곤 했다. 한 끗 차라던 사랑과 미움의 감정을 나이 서른이 넘어서야 배우고 있었다.


그를 떠나고도 시간은 착실히 흘렀다. 나는 그토록 바라왔던 대로 조용하고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이 비록 시한부라 할지라도 나는 당장에 만족했다. 그 고요함 속에 몸을 맡기고 때로는 생각하지 않으려 안간힘을 써가며 그의 생각을 하곤 했다. 변덕스러운 나를 욕해도 좋다. 그가 보고 싶다.


그의 회사는 석 달에 한 번 베트남에서 근무하는 사원들에게 휴가를 준다. 다른 사람들은 한국으로 가지만 그는 태국으로 온다. 아마 근무 기간 내내 그렇게 될 것이다. 그는 표를 바꾸기 위해 여러 군데 많은 설명을 해야 했을 것이다. 새삼 그것이 미안하다. 남들과 같지 않아 그에게 미안해졌다.


시간은 길었다.

마침내 만남의 날이 다가왔을 때 너무 긴 기다림 끝에 나는 지쳐 나가떨어지기 직전이었다. 이런 식의 만남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마음에는 여유가 없었다. 조금 설레기라도 하면 좋잖아? 묵직한 심장을 채근하며 마중을 간다.


생각보다 차가 막히자 혹시 길이 엇갈리기라도 할까 마음이 조급해진다. 심장은 뛰지 않았지만 발걸음은 평정을 잃었다. 길지 않은 기다림 끝에 출국장 가림막 아래를 통해 저기, 그의 무릎을 보았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스포츠 반바지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못생긴 슬리퍼를 신은 그의 곧게 뻗은 다리가 보였다! 멈추었다 생각했던 심장이 순간 빠르게 뛰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있는 쪽으로 몇 걸음 걸어 나오던 그의 다리가 사라졌다. 어디로 가버린 걸까? 보이지 않는 가림막 사이를 투시라도 할 듯 노려본다. 어느 틈엔가 나는 출국 게이트 가장 앞에 서 있다. 역시! 나는 잘못 보지 않았다. 부스스한 더벅머리에 까맣게 탄 얼굴, 사나운 눈매를 반쯤 가려 세상 순해 보이는 얼굴로 만들어 주는 뿔테 안경. 다소 야윈 팔다리를 드러낸 그가 나타났다!


됐다, 됐다. 살았다.

큰 소리로 웃고 싶기도 하고 큰 소리로 울고 싶기도 해서 우스꽝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그를 한번 힘껏 안아보았다.


치앙마이가 천국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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