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단백질 괴물 안에 갇혀있는 작은 여자
얼마 전에, 딸애가 말했다.
"엄마! 엄마 엉덩이가 너무 큰 거 아니야?"
"응! 엉덩이는 옛날부터 컸어~ 그리고 엄마는 매력이 넘쳐서 괜찮아~"
"엄마! 아무리 매력이라고 해도 너무 한 거 아니야?"
"글쎄! 엄마 엉덩이가 크긴 좀 큰데! 엄마는 다른 매력이 많아서 괜찮고, 무엇보다 아빠가 엄마를 좋아하니깐 괜찮아~"
생각해 보니, 나는 나에게 참 관대한데, 그 관대함의 원천은 신랑 때문인 것 같다.
언젠가 남편이 내게 한말이 떠 올랐다. 신혼 사진을 보면서 했던 말이다.
"우주 단백질 괴물이 작은 명진을 먹어서, 큰 명진이가 되었지만, 언젠가 지퍼를 열면 작은 명진이가 나와 줄거라 믿고 있어!"
그렇다. 남편은 17년째 작은 명진이를 기약 없이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작은 명진이를 만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명진이와의 티키 타카가 점점 커지고 있어서, 다른 매력으로 작은 명진을 상쇄시킨다.
예쁘다의 의미가 좀 다를 지도 모르겠다.
결혼 전에, 돌아가신 할머니가 신랑에게 물었다.
"명진이가 그렇게나 이쁜가? 그래서 이렇게 일찍 데려가는가?"
그러자 남편이 말했다.
"할머니! 명진이는 웃겨요!"
어쩌면 예쁘다와 웃기다는 같은 말일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우리에겐...
아니면 혹시 나만의 정신승리 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