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생선뼈 해체 감별사

오늘도 숭고한 사랑

나는 유난히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에 비해 왜소하며, 식탐이 많다.

옛날에는 식탐의 정의가 남에 것을  빼앗아 먹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식탐이 아니라 생각했다.

누군가 내게 말했다. 내가 식탐의 새로운 정의를 내렸을 뿐이라고...

늘 먹는 것을 좋아하고, 먹는 것만 생각하고, 과식이면 그게 식 팀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식탐은 나를 나타내는 하나의 정의 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내가, 아이들을 태어나고부터는 항상 아이들을 위해서 양보한다.

모든 엄마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아이들 먼저 먹이고, 아이들에게 더 많이 주려고 하고, 아이들이 최대한 편하게 먹이려고 노력한다. 식탐이 많은 나로서는 사뭇 숭고하다 할 수 있다.


오늘 나의 그녀에게 생선을 구워주었다.

나의 그녀는 친정엄마가 시장에서 사다준 생선만 먹는다. 엄마가 사다 주는 굴비는 엄청 크고 맛이 단단하다.

딸애가 생선에서 치킨 맛이 난다고 한다. 다른 생선은 잘 먹지 않는다.

친정엄마도 그걸 알기 때문에 시장에서 사다가 손질하고 간을 해서 바로 먹을 수 있게 해 주신다.

나는 있지 않고 아이에게 할머니가 너를 생각해서 사다 주신 거라는 걸 강조한다. 친정아빠가 사다 주신 보리차와 마찬가지로 외할머니의 내리사랑이다.


생선은 너무 좋은데, 문제는 가시가 문제이다. 아이들에게 먹이기 위해 일일이 생선을 가시를 발라낸다.

작고 미세한 가시라도 목에 걸릴까 봐 최선을 다한다.


잘 구워진 생선 머리에 칼을 집어넣어 자르고, 이번에는 등뼈에 세로로 칼집을 넣어 이등분을 한다,

그러면 중앙에 척추뼈가 크게 보인다. 최대한 머리와 꼬리 근처까지 근접해서 제거한다.

양사이드에 등뼈를 숟가락으로 파낸다. 그리고, 가운데에 내장을 제거하고, 아가미 근처의 비늘뼈와, 잔가시를 뽑아낸다. 다시 한번 잔뼈들이 없는지 스캔을 하고,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미세한 뼈는 어쩔 수 없으므로 주의를 당부한다. 이 정도면 생선뼈 해체 감별사라고 해도 무방하다. 아마도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생선뼈 해체 감별사일 듯하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딸아이도 자신의 아이에게 생선을 발라 줄 날이 올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생선뼈 해체 감별사의 가업을 물려주는 셈이 된다. 더욱 열심히 최선을 다해 뼈를 발라야겠다는 사명감과 이 숭고함이 대를 이어 전해진다는 뿌듯함이 느껴진다.


음식이라는 것은 만들기가 쉽지 않고, 귀찮은데, 먹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쩔 때는 허무하고 힘들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누구나 하는 별거 아닌 일이지만, 이 소소한 행위에도 가족을 생각하는 진심과 위로 그리고 응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숭고한 사랑이 생선 가시를 바르는 일에서도 나타나니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보리와 결명자 그리고 옥수수의 콜라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