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족의 흥망성쇠가 우리의 이야기 같았던 여자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은 우연히 교보문고 들렸다가 읽게 되었다.
작가는 이 이야기로 <버블 패밀리>라는 영화를 만들었고, 국제다큐에서 대상을 받기도 했다.
본인의 가족사를 영화를 만들면서 있었던 에피소드와 영화 후의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냈다.
책의 내용은 IMF를 겪은 세대라면 누구라도 할 것 없이 엄청 공감할 것이다. 한가족의 흥망성쇠가 이리도 드라마틱할 수가 있는 것인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90년대가 그랬던 것 같다.
작가는 올림픽 아파트의 살던 중상류층의 가정에서 태어났다. 작가의 부모님은 울산에서 부동산으로 재미를 보고 서울로 상경하여, 집장사로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여기서 나는 집장사라는 생경한 용어를 들었다. 지금이야 브랜드 아파트가 익숙하지만 80-90년대에는 다세대 주택이 많았는데, 이런 다세대 주택을 회사가 아닌 개인이 지어서 팔았고, 이를 집장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집장 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다. 하나를 지어 놓고, 전세를 주거나 팔면 다음날 한 채가 더 생겨 있었다고 했다. 그렇게 승승 장구하여, 잠실 아파트로 입성하였고, 중상류층의 삶을 살았다고 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그간의 노하우를 살려 대단지 빌라 단지를 지을 계획을 하셨고,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건설 계획을 진행하던 그때, IMF를 맞았다고 했다.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올랐던 대출이자 때문에, 아파트도 팔았지만, 결국은 땅도 넘어갔다고 했다.
그때부터 고난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아직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책을 읽는 내내, 부동산이 서민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리고 외형만 바뀌었을 뿐이지, 부동산에 대한 욕망은 지금과 다르지 않다고 본다. 비단 한 가정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특히나, 갑자기 실업자가 되어버린 아버지의 몰락과, 가족을 위해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어머니의 이야기가 안타까웠다. 어머니가 택했던 직업이 부동산 텔레 마케터였다는 것과, 딸애게 개발되지 않은 땅을 남겼다는 사실이 슬프면서 아이러니했다. 이상하고도 평범하고 우리들의 이야기 인듯했다.
마지막으로 시작과 끝에 제시된 가족사진이 참 씁쓸하게 느껴졌다. 사진 속에서는 모두 웃고 있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