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칭 주인공 시점- 사물 편입니다.
그녀의 하루는 언제나 내 앞에서 시작된다.
부스스한 눈으로 나와 나를 지나쳐 아들방으로 간다.
처음에는 조용한 목소리로
"아들~ 일어나~! 학교 갈 시간이야~ 늦어~ " 차분히 말한다.
그러고는 다시 나를 지나쳐 딸에게로 간다.
"딸~ 학교 갈 시간이 늦어~"
아까보다는 다소 억양이 올라갔지만, 적당히 온화한 목소리다.
잠시 뒤 터벅터벅 걸어 나오는 아들이 내 앞에 앉는다.
그리고 리모컨을 들어 나를 깨운다.
나는 열심히 아들에 니즈에 맞춰 유튜브 채널 "1분만"을 열어놓는다.
아이들의 아침을 챙겨 테이블에 놓는 그녀는, 딸의 머리를 묶으며 말한다.
"지금 그럴 시간 없을 텐데!"
"아~! 조금만 조금만! 저녁에는 잘 못 보잖아!"
"그럼, 빨리 한 숟가락이 도 먹어!" 하며, 서둘려 먹도록 채근한다.
그러자 딸이 말한다.
"칫! 나도 보고 싶은 거 있는데.."
"지금 이런 걸로 실랑이할 시간 없어! 학교 진짜 늦어!"
시간에 쫓기는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서 아이들은 살짝 이상함을 감지한다.
조금만 더 지체했다가는, 그녀의 크고 격양된 하이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다.
본능적으로 이상기류를 감지한 아이들은 조용히 리모컨으로 나를 끄고, 책가방을 둘러멘다.
잠시 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온 그녀가 평온함을 되찾은 얼굴로 나를 깨운다.
그녀는 핸드폰으로 나를 연결하여, 어제 못 들은 팟캐스트를 튼다.
온 집안에 기계음이 퍼지고, 청소가 시작된다!
소파 위에 널린 아이들의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설거지통에 그릇을 넣는다.
그녀가 사라지고, 멀리 청소기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안방부터 청소가 시작한 듯하다.
그리고 나를 지나쳐 아이들 방으로 간다.
잠시 후, 드르륵 소리와 함께 다이얼이 돌아가고, 힘차게 세탁기가 작동한다.
종종걸음으로 왔다 갔다 하던 그녀가 휴 하는 한숨을 내뱉고,
비잉~~~ 덜덜 덜덜하는 소리와 함께 커피 머신이 작동한다.
커피를 내리는 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하다.
이윽고 커피 머신을 온열 한 후 적당한 온도가 되자, 우유를 스티밍 한다.
스티밍 한 우유 컵을 바닥에 내려쳐 폼의 균형을 잡고, 커피컵에 붓는다.
뒤태에서 보이는 한껏 올라간 어깨를 보아하니, 오늘 커피가 잘 나온 모양이다.
이내, 소파 테이블에 자리한 그녀는 천천히 커피를 음미한다.
그녀가 내리는 커피라는 것은 어떤 맛일까?
그게 그리도 좋을까? 기분에 따라 커피는 맛이 달라지는 것 같다.
그녀의 표정에서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나를 참 좋아하는 것 같지만, 종잡을 수 없는 여자다.
나를 보며, 시도 때도 없이 한껏 웃다가,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을 훔친다.
옆에 아이들이 있으면 아이들을 끼고, 웃다가 울다가 한다.
제일 이상한 건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도 울 때가 있다는 것이다.
올림픽 기간에는 하루 걸러 한번 운다.
또, 일할 때나, 책을 읽을 때도 나를 열어 음악을 튼다.
음식을 할 때도, 마찬가지다.
가끔은 내게 맞장구도 한다.
다소 드라마틱한 그녀이다.
갑자기 시계를 보던 그녀가 가방을 챙겨 집을 나간다.
무언가를 하러 나가는 것 같다.
나도 잠시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