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국으로 시댁을 느끼는 여자
남편이 오늘 저녁에 탕국이 먹고 싶다고 한다.시댁의 시그니처 메뉴 가운데에 하나인 탕국!
시댁에 처음 와서 놀랬던 건 음식 문화 차이인데, 친정에서는 소고기뭇국이라고 불리는 국을 시댁은 탕국이라고 했다. 그리고 시댁은 모든 국과 찌개에 고기를 넣는다. 심지어 콩나물국에도 소고기를 넣고 끓인다.
(솔직히 콩나물국이 제일 충격이었다.소고기는 한 백화점의 한 지점만 갔는데, 그 백화점은 소농장을 따로 운영하는 곳이 있어, 냄새와 품질을 인정받은 곳이라 항시 그곳만 갔더랬다.)
어쨌든 그냥 간단하게 끓이는 뭇국과는 다르게 탕국을 끓이려면 2시간 이상이 걸린다.
소고기를 볶아서 무를 넣고 끓이는 일반 뭇국과는 시작부터 다르다.
찬물에 한 시간 이상 핏물을 빼놓은 소고기 양지와 사태를 무, 양파, 파, 다시마를 넣어는 솥에 넣고 1시간 반 이상을 끓인다. 젓가락으로 고기가 잘 익었는지 확인하고 건져 내어, 잘게 편으로 썬다.
(보통 고기는 잘게 손을 찢어내지만, 시부모님께서 이가 좋지 않으셨기에, 최대한 얇게 편으로 썰어냈었다.
그게 버릇이 들어 고기는 늘 편으로 썬다.)
잘게 썬 고기는 살짝 간장 양념을 해두고,면포에 국 기름을 여러 번 거른다.
소고기 기름은 몸속에 들어가면 배출이 힘들기에, 귀찮더라도 기름 제거에 최선을 다한다.
(만약 시간의 여유가 된다면, 냉장고에 넣어두고 기다리면 하얀 기름 덩어리를 나중에 걸러 내면 간단하다.)
기름이 걸러진 국에 새로 잘게 자른 무, 양파, 파를 넣는다.
간단하게 국간장과 소금으로 간을 하고, 양념한 고기를 넣고 한소끔 끓인다.
(고기와 야채에서 맛이 우러나오기에 간은 최소한만 한다.)
이 모든 과정을 지나면, 진~~ 한 탕국이 완성된다.
번거로운 과정이기 때문에, 한번 끊이면 한 솥을 끓이게 된다.
고기의 진한 맛과 깊고, 시원한 국물 맛이 한데 어우러져 시중에 파는 가벼운 국과는 차원이 다르다.
아버님의 기력을 위해 열심히 끓여 내었던 보양국이지만, 이제는 아버님도 안 계셔서 국을 끓여 낼 생각을 못 했다. 며칠 전 신랑 꿈에 아버님이 나왔었다고 했다.
아마 아버님 생각을 하다가 탕국이 생각난 모양이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신랑을 위해서 진~ 하게 끓여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