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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 없는 칼국숫집

신랑과 함께 라면을 먹고 있었다. 라면을 먹다가 TV를 틀었다.

TV에서는 국민 엄마로 불리는 여배우가 나와, 시장을 둘러보며, 칼국수를 먹는 장면이 나왔다.

그러다가, 갑자기 칼국수를 먹던 여배우가 돌아가신 엄마 생각이 난다면 눈물을 흘렸다.

앞에 앉아 있던 게스트가 같이 울먹이며, 칠십이 넘은 나이에도 칼국수를 먹으며, 돌아가신 엄마를 생각한다는 것이 좋은 것 같다고, 소통전문가 특유의 위로를 건넸다.


86세의 할머니가 새벽에 나와 손 반죽으로 만든다는 그 칼국수

수년 전 여배우가 촬영차 왔을 때 잊을 수 없었다던 그 칼국수

그 칼국수는 여배우에게 어린 시절 엄마를 떠올리게 한 모양이다.

여배우는 주책이라는 듯 얼른 눈물을 감춘다.

나는 라면을 먹는 신랑에게 물어본다

"나는 나중에 엄마 하면 어떤 음식이 떠오를까? 자기는 엄마 음식 중에 다시 먹어 보고 싶은 거 있어?"

"일단, 자기는 엄마 음식 말고, 엄마가 농사지은 토란, 감자, 배추.. 뭐 그런 거 떠오를 거 같고,

난 엄마 음식 따로 먹고 싶은 거 없어! 난 엄마 음식이 최고인 줄 알았어!

근데 크고 나니깐 맛있는 거 진짜 많아!! "

신랑 특유의 너스레가 느껴진다.


시어머니는 오랫동안 치매를 앓으셨다.

돌아가시기 몇 년 동안 나와 신랑은 어머니를 집에서 모셨다.

신랑은 엄마가 많이 미웠다고 했다.

기센 누나들과 개인주의자인 아버지를 본인이 다 책임지겠다던 엄마는 일찍 치매에 걸리셨다.

남편은 엄마의 전부였다고 한다.

미술을 전공하여, 고고하고 품위 있던 엄마는 못하는 것이 없고 못 만드는 것이 없다고 했다.

아이들 원피스도 만들고, 아버님 동동주도 만들고, 시누들 김치도 해다 주고...

젊었을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던 것인지, 너무 일찍 치매에 걸리셨다.

그래서일까? 신랑은 엄마 음식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했다.

안쓰러운 엄마가 생각이 나서.....

누군가는 엄마 음식이 생각이 나서 울고, 누군가는 안쓰러운 엄마가 생각이 나서 음식 생각조차 안 하는 그런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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