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리면 마음이 괜찮아지는 여자
보통 나의 하루 시작은 급하게 시작된다.
알람이 열몇 개가 울리고, 웬만해선 일어날 법도 하지만, 끄고 다시 눕기를 반복한다.
더 이상의 마지노선이 없어진 시간!
용수철처럼 일어나 커튼을 제치고, 창문을 연다.
그러면, 아이들은 춥다며 이불속으로 들어간다.
이때부터 일사 분란한 아침 등교가 시작된다.
아이들 물통을 챙기면서, 수십 번 부른다.
처음에는 '좋은 아침이다 학교 가야지' 기분 좋게 부르며, 다리와 머리를 쓰다듬는다.
그러다가 시간에 쫓기며, 나는 포효하기 시작한다.
'늦는다. 일어나라. 더는 깨우지 않겠다. 정말 늦는다. 이러다가 오늘 지각이다.
오늘 데려다주지 않겠다'는 마지막 으름장을 놓으면,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옷을 입고, 간단하게 과일 몇 조각을 입에 넣고 아이들은 등원을 한다.
등교 후부터 아이들이 하원하기 전까지 나만의 안온한 시간이 펼쳐진다.
포효가 진정된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다.
제일 먼저, 내가 하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커피 머신 물통에 정수기 물을 가득 채우고, 커피 머신을 작동시킨다.
그리고,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서 내가 먹고 싶은 커피를 내린다.
정신이 빨리 깨고 싶으면, 아이스 오트라테.
(머그잔에 얼음과 몇 개와 귀리우유를 넣고, 에스프레소 투샷을 넣는다.
얼마 전부터 우유가 부담스러울 때는 귀리 우유를 넣는데, 맛은 우유에 비해 가볍지만, 우유와는 다른 산뜻한 맛이 있다.)
뭔가 아쉬워 침대에서 더 비비고 싶은 날은 따뜻한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 한잔에 에스프레소 한 샷을 더 넣고, 따뜻한 물을 넉넉히 넣는다.)
해야 할 일이 많을 때는 든든한 스티밍 가득한 따뜻한 허니라테.
(머그잔에 에스프레소 투샷을 넣고, 스티밍을 해서 밀크폼과 우유가 1:1 비율이 되면 머그잔에 붓고, 꿀 한 바퀴 돌린다.)
어찌 보면 소소하지만, 나를 위한 확실한 위로가 되는 커피들이다.
퇴직 후에, 바리스타 자격증 과정을 들었다.
커피를 공부하기 전까지 커피의 세계가 그렇게 무궁무진 한지 몰랐다.
그냥 단순히 커피를 골라 내리고, 라테에 하트만 만들어 주면 되는 줄 알았다.
(사실 라떼에 하트 만드는 것도 스티밍이 잘되어야 하기 때문에 쉬운일이 아니다.)
그리고 커피콩 하나가 그렇게 다양한 맛을 낼 줄을 몰랐다.
커피의 종류, 원산지 별로 좋은 원두 등급, 커피 볶는 배전에 따라 달라지는 맛,
배합했을 때 어울리는 원두의 맛 등등 아주 디테일한 커피의 맛을 알았다.
또, 바리스타 과정 덕분에 나는 나에게 맞는 커피를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신맛이 나는 산미가 있는 원두였다.
약전을 해야 신맛이 나기 때문에 강배전 하는 커피보다는 가격이 비싸지만,
신맛이 나는 커피는 아이스 라테로 먹으면 맛이 참 고급지다.
고급지고 진한 라테를 한잔 들이켜면, 왠지 마음이 깊어지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비록 민간이긴 하지만 협회가 인증하는 바리스타가 되었다.
어쨌거나, 나는 매일 수고할 나를 위해서 커피를 내린다.
따뜻하게 또는 시원하게 정성스럽게 한잔을 만들어 내가 생각하는 커피와 어울리는 컵에
그득 담아 나에게 준다.
찬찬히 한잔을 마시고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 되고, 그 하루는 꽤 괜찮아진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내가 나한테 보내는 작은 위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