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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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3일 금요일,
남편은 나보다 일찍 잠들고 일찍 일어났다.
6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챙겨 출근하는 남편을 위해 간식을 담았다. 포도가 있는 걸 깜빡하고 사과랑 달걀만 넣었다. 이런이런. 오늘만 참으면 주말이라며 나는 아침부터 오두방정을 떨고 긍정 에너지를 팍팍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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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13일차(요가 81일차).
발등이 시큰시큰거려서 괜히 신경 쓰였다. 운동은 해야겠고 걱정은 되는 쫄보 이숭이. 일단 몸부터 풀고 한 동작 한 동작 따라 하는데 다행히도 발에 무리가지 않았다. 수건을 목에 똘똘 감고 흘러내리는 땀을 막았다. 오늘도 허벅지는 아프고 허버버버버 다리가 떨리지만, ‘많이 좋아졌다’는 칭찬 한 마디에 견뎌냈다. 헤헤. 내가 제일 젊지만 제일 못하는 건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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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가는 시장, 좋아하는 시장에 갔다.
시장이라고 하지만 정확하게 표현하면 야채가게. 길쭉하게 생긴 ‘블랙 사파이어’ 포도, 사과, 오렌지, 취나물, 당근을 담았다. 조그맣지만 맛있는 방울토마토를 먹어보라고 한 봉지 넣어주신다. 집에 오자마자 몇 개를 주워 먹고 과일을 부지런히 씻는다. 점심은 쌈채소랑 밥, 방울토마토랑 포도를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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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조금 늦게 퇴근한다길래 여유를 부렸다.
그러다 뒤늦게 청소를 하고, 밥을 안치고 세탁기를 돌린다. 영어책을 펼치고 연설문을 읽어보는데 오늘도 어버버거리기 바쁘다. 몇십 번을 읽고 녹음하기를 반복하다가 겨우 끝냈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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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메뉴는 너구리라면.
분명히 머릿속으로는 카레였는데, 라면을 끓인다. 취나물도 사 왔는데 집에 나물이 있는 걸 깜빡했다. 아이참.. 아쉬울 새도 없이 비엔나 소시지랑 콩고기를 가득 넣어 먹는 부대찌개 스타일. 둘이서 신나게 먹고 내일 필요한 간식과 과일을 사러 마트에 갔다. 렛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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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에 문을 닫는 마트 오락실.
발이 아파도 빠른 걸음으로 종종 걸어가 농구공을 던졌다. 직원이 ‘5분 남았습니다’라는 멘트에 집중력 다 떨어진 우리는 2쿼터도 못 넘긴다. 유리멘탈 두 사람이다. 다시 한번 잘해보자고 파이팅을 넘치며 슛을 던져본다. 점수도 슉슉 잘 올라가고 신기록을 세울 그때 오락실 기계가 꺼졌다. 10시 땡 하자마자 너무 쿨하게 꺼버린다. 아쉽다, 기록 세울 뻔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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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던 우리는 동전노래방에 갔다.
1,000원으로 노래 네 곡을 부르고 드디어 집에 도착. 나시를 입고 있는 내 뒷모습을 보던 남편이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뭔 일인가 했더니... 내 몸집이 좀 커졌다고 한다... 안 그래도 나 벌크업되고 있는 것 같았는데... 타인의 눈에도 보이나보다... 거울을 보면서 나도 웃음이 터져버린다. 이젠 몸이 아니라 몸집, 몸뚱이가 된 이숭이. 숭크업 이숭이. 채소나 과일이라도 자주 먹어야지... 하. 그나저나 언제 짐을 챙기고 언제 자려나.. 빨리 달콤한 꿈나라 평화가 찾아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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