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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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수요일,
잠의 정점을 찍는구나.
가을이 왔다고, 겨울이 다가온다고 잠을 이렇게 많이 자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나마 남편이 출근할 때 배웅을 했으니... 덜 미안하게 생각하련다. 매일 실패하고 부딪히고 반성하기의 반복. 부지런해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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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씻기로 한다.
씻는 것 마저 미뤄버리면 더 늘어지기 쉽다. 일단 씻고 나면 이성의 끈을 붙잡는 것 같아 내가 지키려는 방법 중의 하나. 그다음 세탁기를 돌린다. 오늘은 수건 빨래를 돌리고 팽팽 털어서 널었다. 요즘 애정을 덜 주었던 고무나무가 나에게 관심이라도 받으려는지 이 더운 날에 새싹을 틔웠다. 어제까지만 해도 똘똘 감고 있던 잎을 쏴악 펼쳤다. 그런 초록이에게 칭찬과 시원한 물을 선물해줬다. 대단해. 멋져. 귀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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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를 부치고 왔다.
그늘 가로수길을 따라 택배회사에 갔다가 집으로 돌아온다. 1-2분 거리인데도 땀이 뻘뻘. 폭발한 이숭이의 땀샘. 땀은 그 순간에도 등줄기를 따라 솨악 흘러내렸다. 오, 대구 날씨, 뜨거움... 대단하다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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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의 호출에 빨래를 널고 바로 튀어나갔다. 커피를 마시면서 직거래 현장이기도 했던 카페. 커피도 사주고, 남편이랑 나눠 먹으라며 스콘도 사주는 큰손 언니야. 고맙습니다.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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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마하트마 간디 연설문.
오늘은 예수 그리스도 연설문.
내용을 이해하기는 쉽진 않지만 영어 공부라 생각하고 한 문장 한 문장씩 줄을 그어가며, 읽어가며 머릿속에 넣고 있다. 14일의 여정이 지나면 영어 연설문 책 완독. 끝이다. 당장 큰 발전은 없어도, 눈에 띄는 변화는 없어도 그래도 고. 오늘도 꾸준히의 힘을 믿는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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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준비를 하다가 겨울왕국을 만났다.
현실판 겨울왕국. 어젯밤부터 냉동실 문이 살짝 열려 있었는지 냉동고는 살얼음이 꼈다. 고드름도 열리고 성에도 끼고... 하얗다. 너무 당황스러워 퇴근하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미주알고주알.. 겨울왕국 이야기를 쏟았다. 어떻게 치워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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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냉장고 털기.
남은 카레와 통닭을 데우고, 대패삼겹살을 구웠다. 마늘이랑 팽이버섯을 넣고 노릇노릇하게 샤샤샥. 함께 먹는 저녁식사, 이 한 끼가 있어 나의 하루는, 속은 참 든든하다. 한결같이 맛있다고 말해주고, 그릇을 깨끗이 비워주는 남편이 감사한 매 저녁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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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내리고 스콘을 펼쳤다.
얼마 전에 먹은 레몬 케이크도 생각나는 밤. 맛있었던 기억을 곱씹으며 스콘을 먹는다. 내 생각하면서 사준 담백하고, 달달한 스콘은 아이스커피랑도 참 잘 어울렸다. 그리고 영화를 보면서 한껏 여유 부리는 우리. 레이첼 맥아담스가 나오는 ‘굿모닝 에브리원’을 봤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진지한 뉴스 분위기를 다르게 바꿔보려고 시도하는 내용.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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