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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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 일요일,
아침에? 낮에 일어나자 한 말.
‘아.. 망했다’. 계획은 아침 8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영화를 보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여유롭게 책을 읽고 마트를 다녀오는 것. 사람은 첫 단추를 잘 꿰매야 한다. 깨워주라고 부탁을 했던 남편도, 일요일 로망을 꿈꾸던 나도 시원하게 자버렸다. 오늘 시작은 11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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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왔다.
동네를 돌아다닐 땐 거의 맨 얼굴로 다닌다. 대구라이프를 하면서 좋은 건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칠 일이 거의 없다. 프리하게 다닐 수 있어서 편하다. 그래도 예의 상 조금이라도 가리기 위해 안경을 하나 걸치고 살방살방 다녔다. 며칠간 음식 조절이 필요한 나는 그 흔한 버섯, 야채 조차 먹을 수가 없다. 그래서 마트 구경을 하는데 흥미가 뚝 떨어졌다. 그나마 오락실 농구게임이 나를 신나게 했다. 이제 우리는 4쿼터도 쉽게 통과하는 멋쟁이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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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한테는 이상한 버릇이 있다.
마트에 가서 오늘 만들어 먹을 재료를 사고, 계획도 짜 놓고는 외식을 한다. ‘오늘이든 내일이든 해 먹으면 된다’며 세상 쿨함을 가진 두 사람. 점심은 햄버거로 만장일치해서 호기롭게 맥도날드로 향했다. 빅맥이랑 상하이버거 세트를 시켜서 와구와구. 집에 와서는 초록사과를 깎아 먹고 그제야 영화를 본다. ‘추격자’. 배우 김윤석과 하정우의 재발견. 연기를 잘해서 무섭고, 잔인해서 무섭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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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한테 딱 붙어서 책을 읽는다.
그리고 어느새 낮잠을 자는 이숭이.. 언제 빠져나갔는지도 모르게 남편은 목공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늘도 손이 닳도록 사포질을 샥샥샥. 저녁 준비를 하자며 나를 살짝 깨운다. 일어나 보니 어두컴컴해진 하늘. 벌써 저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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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뉴는 청국장, 두부부침, 버섯마늘닭구이.
어찌어찌 집밥을 해 먹었다. 둘이서 마주 보며 먹는 밥. 오늘도 맛있게 배를 채운다. 설거지를 하면서 냉동실 정리도 했다. 불필요한 건 그때그때 정리를 해야지. 공간이 있어야 새로운 걸 채울 수 있으니.. 정리를 못 하는 나에게 하는 말이다. 미니멀하진 않아도 미니멀해지려는 마음을 가지고 싶다. 모든 걸 다 가질 수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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