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8월 19일 월요일,
드디어 누비의 매력을 알았다.
일단 소재가 시원하고 얇다. 색깔이 노랗고 빨갛다.(원색을 좋아하는 내 취향) 땀이 나도 들러붙지 않는다. 버석버석거리는 소리가 재미있다. 이불에 폭 감싸는 느낌이 없는 대신에, 자다가 추워지면 그 누비이불에 의지하게 된다. 새벽에 돌돌 말아서 자고 있는 남편을 발견했다! ‘이거라도 덮어야지..’ 이런 심정이었을까...
.
평소보다 일찍 시작하는 월요일.
남편의 간식을 챙겨준다. 삶은 달걀 두 개랑 초록 사과 한 개. 오늘도 평화롭게 안경알을 닦아주고 시원한 물도 건네줬다. 갑자기 내 눈에 들어온 음식물 쓰레기통.. 어제 냉동실 정리한다고 꺼내놓고 버리는 걸 깜빡했다. 서로가 미안해하면서 남편 출근길에 내다 버렸다. 밖에 나왔는데 남편은 열쇠를 안 가져왔다며 다시 올라가고.. 나는 내 발등 위에 음식물을 흘리고.. 둘이서만 대환장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
다시 찾아온 평화.
영어 연설문 두 개를 끝냈다. 원래라면 오늘 끝나는 날이지만 나는 아직 8개나 남아있다. 부지런히 쫓아가야지. 세탁기를 돌리고 빨래를 널었다. 어제 사 온 바나나 하나를 먹고 점심으로 스낵랩을 먹었다. 커피의 유혹을 참아가며 즙을 하나 들이킨다. 소중한 택배도 부치고 오는 월요일 일상.
.
저녁 준비가 늦어졌다.
진미채 무침을 해야 하는 걸 깜빡해서 늦게서야 진미를 자르고 양념장을 만들었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저녁 준비는 올스탑. 남편이 오고 내 옆에서 야채를 볶고 설거지를 거들어줘서 밥상을 빨리 차릴 수 있었다. 메뉴는 참치마요야채비빔밥, 달걀찜, 진미채 무침, 열무김치. 어떤 음식이든 잘 먹어주고 그릇을 깨끗이 비워주니까 기분이 좋다. 음식점 사장님들이 ‘빈 그릇을 볼 때 기분이 좋다’고 하던데 나도 그렇다.
.
남편이 잠깐 졸고 있을 때 나는 조용히 초코칩 하나를 꺼내 먹었다. 쉿. 그리고 깨어나자마자 디카페인 커피를 내려준다. 나쵸랑 커피랑 함께 하는 월요시네마. 우리가 고른 영화는 ‘재심’.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동시에 이숭이는 운동녀로 변신했다. 오늘은 쉴 거라던 남편은 나와 함께 움직이면서 칼로리를 태워본다. 땀이 주루룩주루룩. 다시 평화가 찾아와 나는 일기를 쓰고 남편은 글씨를 쓰는 월요일 밤. 동률님 노래를 들으니 내일이 벌써 기다려진다. 끼얏호. 우리 모두 피쓰. PEACE.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190818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