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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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월요일,
남편은 일찍 회사에 나갔다.
그리고 나는 다시 이불속으로 숑 들어간다. ‘월요일은 원래 운동 쉬는 날이니까’라는 굉장히 합리적이고, 즉흥적인 핑곗거리를 만들고 푹 자고 일어났다. 굿모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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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쉬었던 영어책을 꺼냈다.
예수 그리스도의 연설문 2개를 입으로 열댓 번 넘게 읽고, 줄을 그어가면서 공부를 했다. 머리에 남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5번만 하면 연설문 책도 끝난다! 오예. 다 끝내고 남편이랑 둘이서 책거리해야지.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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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토요일에 나갈 마켓 홍보 글을 올린다.
인터넷으로 필요한 재료를 사고, as요청글을 남기고 깨죽을 꺼내서 챙겨 먹으니 늦은 오후가 됐다. 어제 완성하지 못한 고양이 그림도 연습해야 하는데 시간은 왜 이리 빨리 흐르는 걸까.. 시간이 아깝거나 아쉬워질 때는 아침을 활용하는 게 좋다. 잠을 조금만 줄여도 나는 시간 부자여.. 내일은 더 부지런해지겠다고 반성과 다짐을 일삼는 이숭이의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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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친정에서 가져온 음식들로 차렸다.
전복 미역국, 잡채, 부추김치, 국물김치, 그리고 갓 지은 따끈따끈한 잡곡밥. 소세지나 달걀 반찬을 하려다가 이 정도로도 충분할 것 같아서 그냥 넘어갔다. 친정에 가있는 사이에 뭔가 챙겨 먹긴 해도, 제대로 먹지 않았던 남편에게 따뜻한 밥을 차려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오늘도 마주 보며 먹는 밥이 참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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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곧바로 목공 작업을 했다.
사포로 샥샥샥 갈고 있는데 눈꺼풀이 점점 내려오고 있다. 잠시 10분 정도 자고 일어나더니 다시 사포질 시작. 그 옆에 나는 엽서 포장을 하고,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틀어놨다. 자주 봐서 그런지 다음 장면과 대사가 중간에 훅훅 튀어나온다. 나만의 작은 숲은 무엇일지 궁금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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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운동장에 뛰러 가자고 했다.
그다음 큰길까지 걸어가서 핫도그를 사 먹잔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운동장을 뛸 자신이 없는 이숭이는 집에서 홈트레이닝을 하자고 했다. 핫도그보다 귀차니즘이 더 강하게 작동했던 밤 열 시. 그렇게 시작된 20분 운동. 중간중간에 이숭이는 몇 번이나 추노로 변신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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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나와서 선풍기 바람에, 에어컨 바람에 개운함을 더 증폭시켰다. 소파에 기대어 폰을 가지고 노는 남편과 하루에 있었던 일들, 감사한 일을 기록하는 이숭이. 월요일이 주는 느낌은 꽤 무겁고, 피곤에 가깝지만, 이번 주의 첫 날인 월요일이 잔잔하게 잘 흘러가고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나는야 먼데이러버. 월요일애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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