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28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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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8일 수요일,
숫자가 6을 가리키자 눈을 떴다.
경기도 출장이 있는 남편은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안경알을 닦아주고 양말을 꺼내놓는다. 간식 대신에 남편이 꺼내놓은 커피 도구들 앞에 섰다. 머리를 말리는 동안 낑낑대면서 커피콩을 갈았다. 되게 딱딱한 콩이라 몇 번을 쉬면서 그라인더를 돌린다. 나 이렇게 연약했던 사람이었던 것이었나.... 텀블러 두 개에 같은 양의 커피를 담고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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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분위기, 살랑 불어오는 바람.
잠을 자기 좋은 날이다. 어른한테 혼나고 클라이맥스로 치닫기 전에 꿈에서 깼다. 이건 아마 운동을 가지 않았던 나 자신에게 혼내는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고구마를 삶는다. 영어책을 펼친다. 고구마를 베어 먹으면서 영화 ‘무드 인디고’를 봤다. 요즘은 둘이서 봤던 영화를 다시 꺼내서 혼자서 본다. 생각이 많거나,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뭐라도 하고 싶을 때, 단순하게 푹 빠지고 싶을 때 하는 행동이기도 하다. 독특해서 좋아하는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미셸 공드리는 참 독특하다고 느꼈다. 아니 2시간 동안 감독은 천재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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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은 삼계탕.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랑 오붓하게 저녁밥을 먹었다. 내가 설거지를 하거나 테이블 앞에 앉아있을 때, 내가 있는 방향에 자리를 잡고 사포질을 했다. 디카페인 커피를 내려서 ‘멜로가 체질’ 2화를 본다. 훅 들어오는 대사와 어이없이 웃게 되는 장면들 때문에 깔깔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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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야밤의 추노 홈트레이닝.
칼로리를 터뜨리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시작됐다. 사뿐사뿐 걷다가 숨이 헉헉 찰 정도로 몸을 움직였다. 30분 동안 마주 보면서 동작을 하는데 몸치 박치 이숭이는 삐걱삐걱 고장이 났다. 그리고 당장이라도 유혹할 것 같은 눈빛을 보내는 우리. 그 모습이 웃겨서 하하하 호탕하게 웃어버린다. 땀이 뚝뚝 떨어져서 빤들빤들해진 이숭이. 내 머리는 조금씩 풀리더니 결국 추노로 변신했다. 기승전추노. 오늘도 운동 성공! 삶은 고구마 냄새가 코 끝에 스치는 밤. 나도 당신도 우리도 모두 피스.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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