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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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9일 목요일,
남편을 보내 놓고 바로 영어책을 펼쳤다.
아침 시간을 잘 활용하고 싶었던 것도 있고, 영어 연설문 마지막 날이라 빨리 끝내고 싶었다. 마음은 이미 다 끝났는지 발음은 더 꼬이고 혀는 돌돌 말려들어간다. 드디어 끝! 5월 1일, 처음 책을 펼치던 날이 생각났다. 유명인들의 연설문 10개를 접한 적도 없는 데다 단어가 어렵다. 문장이 길다.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그럼에도 책 한 권을 뗐다. 멘토님들과 회원님들 덕분에 꾸준히 한 장씩 넘길 수 있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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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마음으로 침대에 누웠다.
요가 115일 차. 하마터면 오늘도 운동을 못 갈 뻔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벌떡 일어났고 요가학원으로 향했다. 몇 명은 내가 오랜만에 온 걸 알고 있었다. 한 달 만에 온 것까지.. 몸풀기를 하고 수업이 시작했다. 제일 강도가 센 목요일 요가. 맨 앞에서 땀 오백 개 흘리면서 선생님 동작을 따라 하느라 바쁜 이숭이. 눈치껏, 곁눈질해가며 열심히 하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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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들러 장을 봤다.
곧바로 집에 와서 씻었다. 수건 빨래를 하고 점심을 챙겨 먹는다. 깨죽에 누룽지를 팍팍 넣어 고소함 한 숟가락씩 떠먹었다. 오늘의 이숭이시네마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여름엔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을, 8월이 오면 8월의 크리스마스를, 10월엔 시월애를, 12월엔 어바웃 타임을 봐야 할 것 같다. 흐릿해진 하늘, 촉촉한 공기와 함께 마음이 아련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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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엔 시부모님 댁에 갔다.
다음 주엔 남편 생일이라 미리 생일파티를 할 겸 함께 밥을 먹기 위해 모였다. 만날 때나 헤어지기 전에 꼬옥 안아주시는 시어머님. 내가 ‘잘 먹어서 좋다’고 말씀하시는 아버님. 넷이서 어머님표 수육을 엄청나게 맛있게 먹고, 막걸리 건배를 했다. 배가 부른데 과일까지 먹으니 배가 터질 것 같았다. 우리가 챙겨 온 것과 어머님이 챙겨주시는 것을 물물 교환했다. 서로 감사한 마음으로, 기쁘게 잘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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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도 부르고 졸음이 쏟아졌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일기를 못 쓰겠습니다’라고 적을 생각이었는데, 씻고 나왔더니 눈이 커졌다. 그래서 오늘도 하루를 기록하고 마무리하는 밤이 찾아왔다. 귀뚜라미가 우는 밤, 선선해진 공기, 찬물 샤워가 부담스러워지는 온도, 선풍기 없어도 괜찮아지는 그런 여름의 끝자락이 곁에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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