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91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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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11일 수요일,
고요한 공간을 깨는, 눈치 없는 알람 소리.
아침, 아니 새벽 5시 50분. 남편은 일어나기 싫다며 출장 가기 싫다며 징징징. 그런 그를 위해 외치는 한 마디. ‘오늘이다! 일본 갑시다 레츠고~!’. 1박 2일 동안 빡빡한 일정이 짜인 출장이라 그런지 더 부정하고 싶나 보다. 이제 안 일어나면 늦어질세라 겨우 몸을 일으키고 챙겼다. 그리고 6시 20분, 남편 친구랑 함께 집 밖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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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이숭이의 하루.
오늘도 늦잠을 잤다. 쨍쨍하다 못해 너무 무더운 대구 날씨는 폭염 경보. 이런 날은 빨래하기 참 좋다. 무자비하게 탈탈 털어서 빨래를 널고 남편 셔츠 하나를 집중해서 다렸다. 다림질, 다리미를 보면 ‘8월의 크리스마스’에서 다림(심은하)이 정원(한석규)에게 주말에 뭐하냐고 물어보는 장면이 떠오른다. ‘나는 그냥 잠자. 빨래도 하고 그리고 (머뭇거리다가) 뭐 다림질도 하고 그리고 자고.’ 다림이를 위한 말장난 같은 이 대사가, 정원이 몹시 귀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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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엔 ‘러빙 빈센트’를.
저녁엔 ‘시인의 사랑’을.
커피까지 내려가며 치즈케이크랑 먹는다. 담백하게 때론 씁쓸함이 느껴질 때면 치즈케이크로 달달하게 분위기를 바꾸곤 했다. 오늘 영화 둘 다 괜찮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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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이 찌릿찌릿하더니 땅이 젖어있다.
바람이 태풍처럼 씽씽 불더니 꿉꿉하고 습도가 가득 찼다. 바람에 의지하다 선풍기에 의지하다 이제는 에어컨에 의존을 하고 있다. 오랜만에 남편이 집에 없는 우리집. 조용한 이 집이, 이 자유가 편하면서도 한켠이 외롭긴 하다. 내일 만나니까... 이 자유를 즐기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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