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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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24일 목요일,
요가 129일 차.
운동을 갈까 말까 할 때는 가야지.
그래, 가야지. 집 밖을 나가기까지 마음이 오백 번 왔다 갔다 한다. 변심하기 전에 후다닥 챙겨서 요가학원으로 출동. 제일 먼저 도착해서 자리를 잡았는데 수강생들이 너무 적다..? 아뿔사, 안 그래도 힘든 목요일 수업인데 집중적으로 선생님의 관심과 애정을 받게 생겼다.. 오늘은 특별히 매트 필라테스를 배웠다. 엉덩이와 골반을 바르게 두고 3가지 동작으로 음악에 맞춰서 따라 해 보기로 한다. 간단한데도 버퍼링이 생기는 몸치 이숭이는 웁니다.. 그래도 음악을 틀어놓고 박자를 세어가면서 하는 거라 평소에 하던 요가보다 더 재미있었다. 매번 새로운 동작을 가르쳐주고 다양하게 활용을 하는 선생님 덕분에 요가는 늘 새롭고 힘들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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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을 마치고 마트에 갔다.
저녁에 시부모님 댁에 가니까 뭐라도 사들고 갈까 해서 두리번거리다 과자도 사고, 음료수, 요구르트도 샀다. 아버님이 좋아하는 막걸리까지 담는다. 집에 오자마자 곧바로 달걀 한 개를 까서 먹었다. 배가 더 고파지길래 왕뚜껑 컵라면을 뜯는다. 호로록호로록 먹고 나니까 커피가 마시고 싶어 진다. 뭐지.. 먹을수록 계속 먹을걸 당기는 이 상황은.. 영화 ‘시월애’를 틀자마자 커피를 거의 원샷을 마셔버리는 이숭이였다. 하, 그만 먹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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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일들이 쌓였다.
마켓 준비도, 그림도 그려야 하고 수업준비도 해야 한다. 아직 머릿속은 뒤죽박죽인데 시간이 얼마 없으니까 빨리 정리하고 연습을 해야지. 너무 바쁘면 정신이 없지만, 가끔 이 바쁨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한다. 으쌰으쌰 이숭이. 잘해보자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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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을 만나서 시부모님 댁 근처로 갔다.
남편이 일손을 도와드리는 동안 나는 조용히 기다린다. 마치고 집에 가서 어머님의 보조셰프로 명령이 떨어지기만을 또 기다렸다. 꽤 늦은 시간에 먹는 우리들의 저녁식사. 어머님표 수육과 우리가 사 온 막걸리와 음료수로 저녁상에서 빛이 났다. 쨍쨍 건배를 하고 막걸리를 마시는데 술이 달다!! 수육은 더 달다!!! 너무 맛있어서 이성을 잃고 입으로 계속 들어가는 음식들. 잘 먹었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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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엔 또 양손이 두둑해졌다.
많이 주고 싶어 하시지만, 양이 적은 우리는 필요한 만큼만 챙겨 왔다. 어머님표 깍두기, 사과, 토마토, 치커리, 호박고구마 등등 참 많다. 감사하게 잘 먹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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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짐을 놔두고 다시 밖으로 나온다.
신나게 먹었더니 배가 불러서 소화를 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집에 가서 다 내려놓고 쉬고 싶지만, 동네 한 바퀴를 돌기로 했다. 선선한 가을바람과 함께 나란히 걷는 우리.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는 일, 동네 고양이들, 자동차, 나뭇잎, 황용식이 등 별별 주제가 다 튀어나온다. 하루의 시작과 끝을 당신과 함께 하는 순간들이 참 소중하다고, 행복하다고. 오늘도 소소하게, 즐겁게 잘 보냈다. 우리 남편 만세 만세 만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