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030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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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0일 수요일,
요가 130일 차.
이번 주에 처음 가는 운동. 퀭하고 초췌한 모습으로 요가학원으로 향했다. 2주 만에 만난 요가 이모랑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몸을 푼다. 아니, 오늘 원장님 수업이라니! 발끝을 시작으로 천천히, 쉬지 않고 전신까지 동작을 이어 나간다.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엎드려서 흉추와 등 강화시키는 동작을 하는데 속이 울렁울렁 토할 뻔했다.. 하. 혼자서만 쟁기자세를 패스하고 누워 있었다. 다들 그 자세는 끝내고 다음 동작이 시작됐는데 꿈쩍도 안 하고 누워있는 나.. 그리고 곧 들려오는 원장님 목소리. ‘이숭이씨는 왜 안 해요?’ 오메, 너무 쉬고 싶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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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이모랑 카페에 갔다.
따뜻한 식빵에 생크림이 올려져 있었는데 오늘따라 너무 맛있어서 둘이서 금방 다 먹고 말았다. 못 만났던 2주 동안 있었던 얘기도 나누고, 내일 운동하러 가자는 약속을 하고 각자 집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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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앞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뭇잎들.
길을 가다 말고 멈춰서 한참을 쳐다봤다. 알록달록 노랑 빨강 색깔에 반해서 잎을 몇 개 줍는다. 어떤 건 그라데이션처럼 은은하게 물들어져 있고, 어떤 건 갈색, 또 다른 건 샛노랑, 새빨강. 가을방학의 ‘샛노랑과 새빨강 사이’ 노래가 떠올라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나뭇잎 하나에 이렇게 행복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가을에 빠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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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기 전에 세탁기에게 일을 시켰다,
언제 이렇게 빨래가 쌓였는지.. 집에 있으면 집안일이 눈에 들어온다. 그러나 눈에 들어온 걸 못 본 체하기도 한다. 흐흐. 여름옷 정리를 하고 겨울옷을 꺼내야 하는데, 이건 오늘 안 할래. 나 못본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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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어묵탕과 깍두기, 물김치, 쥐포 무침, 잡채랑 김.
보기에는 이것저것 많지만, 어묵탕이랑 밥만 내가 만들었다. 인터넷으로 백종원 어묵탕 레시피를 찾아서 육수를 끓이고 어묵 봉지에 있는 마법의 가루를 탈탈 털어 넣었다. 내가 만들었지만 만든 게 아닌 오늘의 집밥. 약간은 칼칼하게 청양고추 한 개를 썰고 느타리버섯까지 더해지니 더 맛있었다. 남편의 칭찬과 함께 둘이서 입으로 그릇 설거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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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저녁에 주차장에 간다고 했다.
수레에 짐 한가득 싣고 떠났는데, 두 번인가 세 번인가 다시 돌아온다. 지난주의 미해결 과제를 성공하려는 의지가 강해 보였다. 그리고 약 3시간 후에 ‘성공했다’는 문자가 왔다. 엔진오일 교환, 차 문 손잡이 교체를 해내다니.. 엔지니어가 여기 있었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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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이 나는 달걀을 삶고 고구마를 구웠다.
여유롭게 차 한 잔도 내려먹는데 쏟아서 물바다를 만든다. 어쩜 이렇게 일을 벌이는지.. 눈치 없는 고구마가 또 펑! 하고 터지는 바람에 오븐은 샛노랑 알록달록 가을을 만들어준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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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불면 손 발은 금세 거칠어졌다.
여름에도 가끔씩 바르던 핸드크림을 가을부터는 필수품이 되어 버린다. 손 씻고 나면 핸드크림을 떡칠을 하고 최대한 촉촉하게 만들기 프로젝트. 이번 겨울도 부디 잘 견뎌줘 내 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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