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0월 31일 목요일,
10월 마지막 날을 쓰는 날이 왔다.
기어코 오고야 마는 10월의 끝. 하룻밤만 더 자면 11월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지만, 내가 당장 해야 할 건 오늘을 잘 보내는 것이었다. 나도 핫팅, 남편도 핫팅.
.
요가 131일 차.
정신 차리고 보면 목요일이 와있다. 운동이 버거운 이유 여러 가지가 있는데.. 월요일은 피곤해서, 화요일은 필라테스라서, 수요일은 그냥, 목요일은 수업이 힘들어서, 금요일은 원장님 수업이라서... 핑계 댈 이유가 많지만 그래도 운동을 나갔다. 지난주에 음악에 맞춰 동작을 따라 하는 매트 필라테스를 한 번 더 하고, 또 다른 음악에 맞춰 유산소 운동을 했다. 무릎을 꿇거나 버티는 동작은 정말 정말 아파서 낑낑이가 되어버린다. 오늘도 내 무릎은 찌릿찌릿.. 유산소까지 했더니 땀이 한 바가지나 흘러내린다.
.
집에 가려는데 요가이모가 나를 붙잡았다.
어차피 점심은 먹어야 하니까,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 가기로 한다. 우리가 시킨 건 꼬마김밥 6줄, 떡볶이, 쫄면. 김밥을 먹으면서 간단한 김밥 레시피와 맛있는 단무지, 김을 공유해주시는 이모. 배불리 먹고 아이스커피까지 쭈욱 들이켰더니 운동이 힘들었던 시간은 까먹어버렸다.
.
오늘도 집에 가는 길에 낙엽을 줍는다.
내 눈을 사로잡는 알록달록 잎을 몇 개 집어 들고 거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한켠에 놓인 꽃다발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매력을 뿜어내는 나뭇잎들도 귀여웠다. 곧 추운 계절이 오면 나뭇가지들도 앙상하게 변해있겠지. 가을 두 글자에 설렘이 폭발해버리는 10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
오후엔 그림을 그렸다.
일기에 넣는 그림은 별 고민 없이 슥슥 그리는 거라 시간도 절약하면서, 스스로의 만족도가 높다. 내 그림을 보면 내가 기분이 좋다. 반면에 누군가가 그려달라고 하면 그때부터 울렁증이 동반되면서 긴장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오늘도 그런 그림으로 한참 동안 펜을 쥐고 있었다.
.
저녁시간이 됐다.
메뉴는 잡곡밥, 어묵탕, 고기만두, 깍두기랑 매실장아찌. 어제 남은 어묵탕을 데우고 노릇노릇 만두를 구웠다. 달걀말이를 할랬는데 냉장고에는 아무것도 없다. 야채칸이 이렇게 깨끗했었나.. 양파만 있다니.. 조만간 시장에 다녀와야겠다. 오늘도 둘이서 마주 보며 먹는 저녁밥은 마음도 든든한 데다가 배고픈 이숭이에겐 최고의 음식이 되었다.
.
남편에게 세면대 뚫는 걸 부탁했다.
다음에는 내가 해볼 생각으로 옆에서 어깨너머로 방법을 익혀본다. 후다다닥 설거지도 끝내고 ‘동백꽃 필 무렵’ 13화를 틀었다. 보고 싶어서 발 동동거렸던 우리는 어느새 입꼬리가 눈썹까지 올라가 있다. 동백이도 예뻐지고, 용식이는 오늘도 참 멋있다. 용식이 최고.
.
11월 시작.
남편은 자러 갔고 오랜만에 조용한 거실을 독차지했다. 갑자기 일이 몰려서 은근히 바쁘게 보내고 있는 이숭이. 내일은 운동 갔다 오면서 주민센터에 다녀오고, 그림마저 그리고, 요즘 손을 대지도 못했던 토요일 마켓 짐도 챙겨야지. 이제 정말 두 달 남았다. 벚꽃엔딩 못지않게 그 시기가 되면 울려 퍼지는 10월의 마지막 밤 노래. 내일이면 11월. 오 마이 갓. 나도, 당신도, 우리도, 모두 피스.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