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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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3일 월요일,
어젯밤 이숭이는 불가마 찜질방을 다녀온 듯했다.
이제 장판을 켜고 자기엔 더운 걸까. 장판 탓을 하기엔 내 복장은 긴 잠옷이다. 그것도 모자라 목수건까지 둘렀다. 뜨끈한 기운을 내고 싶은 건지 양말도 신는다. 이불도 푹 덮고 누웠다. 결국 새벽엔 땀 뻘뻘. 오늘은 장판을 안 켜고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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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25분에 일어나서 남편 간식을 챙겼다.
둘 다 피곤에 쩔은 모습으로 월요일을 시작했다. 2주 동안 밖에서 지냈으니 늦잠을 잘 수 없었던 상황이라 아무래도 피로가 더 쌓인 것 같다. 하팅하팅을 신나게 외치면서 배웅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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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나서 몸을 움직였다. 이리저리 인터넷 검색을 하고 이불도 빨았다. 점심은 누룽지를 끓여 먹었더니 집 곳곳엔 고소한 내가 진동을 했다. 누룽지도 뜨끈뜨끈, 몸도 뜨끈뜨끈 해지는 기분이었다. 식후 30분, 감기약을 먹고는 앉아서 꾸벅꾸벅거리다가 영어공부를 하러 방에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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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안쳐놓고 저녁 메뉴를 고민했다.
일단 냉장고를 털어보자. 오늘 저녁은 취나물 무침, 묵은지 무침, 매실 장아찌 무침, 어묵볶음이랑 김. 늦게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빨리 밑반찬을 만들었다. 메인 음식이 없어 보이지만 이걸로 만족해하면서 먹는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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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설거지를 하는 동안에 남편은 자전거를 들여다보고 있다. 페달을 밟을 때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체인링을 바꿔준다고 한다. 체인링을 작은 걸로 바꾸면 더 쉽게 앞을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봐도 봐도 모르지만 그의 세심함에 감탄하는 순간이었다. 나는 그 옆에 자리 잡고 앉아서 쫑알쫑알거리며 말동무가 되고 방해꾼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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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고스톱 놀이를 한다.
친정식구들이 하던 뽕?게임을 둘이서 해본다. 일단 화투 숫자를 모르는 남편을 위해 숫자 순으로 놓인 패를 보여줬다. 문제는 둘이서 하니까 스릴도 없고 매 순간 당황스러운 상황이 생긴다. 아빠한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해보고 설명은 들었지만, 그때 그 분위기가 아닌 건 확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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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에서 유행했던, 유명했던 노래를 틀어놓고 흥얼거리는 우리. 엠플로 노래가 나오자마자 남편 발가락은 흥이 차올랐다. 너무 신이 난 것 같다. 우리 같은 시대 사람이었구나. 흐흐흐흐흐. 갑자기 피곤해진 이숭이는 눈이 감기고 있다. 누구보다 먼데이파워가 필요한 사람은 나야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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