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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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12일 일요일,
침대가 아닌 곳은 역시 불편하다.
우리는 다락방 같은 2층에서 자는데 바닥이 너무 뜨거워서 땀이 줄줄줄 흘러내렸다. 그러다 새벽엔 추웠는지 이불을 똘똘똘 감아서 잤다. 남편은 추워서 돌돌돌. 이불이 두 개인 줄 알았는데 아니였구나,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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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발머리 쑥대머리 이숭이는 후다닥 씻고 챙긴다.
우리가 얼추 짐을 다 꾸렸을 때 담요를 펼치고 신종 고스톱 게임을 하기 시작했다. 단시간에 여럿이서 즐길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뽕?게임. 각자 쥐고 있는 패 중에서 큰 숫자를 버리고 제일 낮은 숫자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이기는 규칙. 아직 화투의 세계를 모르는 남편은 옆에서 구경을 하고 나는 하나둘씩 알아가면서 돈을 야금야금 따기 시작했다. 결국 11,000원을 벌었고 기쁘게 마무리를 했다. 다음에는 남편이 배워와서 합류하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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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마을로 고고.
여기 제일 처음 왔을 때는 생각보다 볼 게 없어서 실망했던 것 같다. 하지만 점점 볼거리가 많아지고 동네 산책을 하듯 살방살방 걸어 다니는 재미가 있어서 매력에 빠진 것 같다. 오늘은 후문으로 와서 원예예술촌으로 가서 구경을 하기로 했다. 내가 어제부터 독일마을에 있는 카페에 가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건만 엄마아빠의 관심사는 오로지 ‘박원숙카페’. 어제 다랭이마을에 가서 구경했는데도 오늘은 굳이 원예예술촌에 들어간다. 박원숙님 대신에 맹호림님을 만나서 기분 좋은 엄마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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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일정이 있어서 점심을 먹고 헤어지기로 한다.
사천에 있는 하주옥에 가서 육전냉면을 먹으려는데 대기줄이 어마어마하다. 90번대를 부르는데 우리는 124번. 한 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들어가 정신없이 냉면을 들이켰다. 육전도 먹고 만두도 먹고 커피까지 마시면서 1박 2일 동안 잘 먹고 잘 놀았던 남해여행이 끝이 났다. 서로 고생했다며 쓰다듬어주는 사이좋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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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시간을 달려 대구에 왔다.
엄마가 조수석에 앉아서 자면 안 된다는 말을 몇 번이나 하셨다. 그 약속을 지키려고 옆에서 쫑알쫑알거려본다. 약속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잠깐 차에서 곯아떨어져 버렸다. 근처 오락실에 가서 농구게임 한 판을 하고 남편 친구 부부들을 만났다. 얼마 전에 아기를 낳아 100일을 향해 가고 있는 순둥이 아가야. 피자, 찜닭, 김밥을 먹고 임신과 출산, 육아에 관한 경험과 무용담, ‘역시 육아는 장비 발’이라며 다양한 아이템들을 전해 듣는다. 나중에 나도 공감하는 날이 오겠지. 어우, 다들 너무 대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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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기 전에 다시 오락실에 들렀다.
농구게임 두 게임을 쿨하게 하고 쿨하게 차를 탔다. 에너지 발산형 두 명은 요즘 오락실 농구게임에 빠져 곳곳에 있는 오락실을 다니고 있다. 40분을 달려 도착한 우리집. 짐을 재빠르게 풀고 제자리에 정리를 하는 우리. 시원하게 씻고 나와 하루를 마무리하는 우리. 지난주부터 집을 비우며 돌아다니는 우리. 참 고생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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