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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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월요일,
남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내일은 월요일이니까 꾹 참는다. 일찍 일어나야 하니까. 잘 자라는 인사를 나누고는 각자 꿈나라로 떠났다. 아침까지 꿈을 꾸는 바람에 알람도 꺼버리고 계속 자버렸다. 남편도 늦잠을 자서 둘 다 헉! 외치며 일어났다. 평화로운 일요일이었는데 한 순간에 정신없는 월요일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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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 담이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시작됐다.
로봇 이숭이 하기 싫은데 고개 돌리기가 힘들다. 아이참. 불편한 와중에 폰을 가지고 놀고 책도 읽고 애니메이션도 하나 봤다. ‘마루 밑 아리에티’를 왜 이제야 본 걸까. 사람의 물건을 빌려 쓰는 작은 소인들의 이야기였다. 초록초록한 풀잎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달까. 그야말로 힐링이었다. 아리에티는 사랑스럽고 지브리의 섬세함에 반하고, 여기에 푹 빠져 버린 나는 한동안 아리에티 앓이를 할 예정이다. 남편이랑 꼭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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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남은 바나나킥을 꺼내서 가루까지 탈탈 털어 먹었다.
우유랑 인절미까지 비우고 만족스러운 한 끼를 해결하고 나서 여유를 부리는 이숭이. 영화 한 편이 보고 싶어서 쭈욱 돌아보다가 ‘트루먼 쇼’를 튼다. 꽤 흥미진진하게 잘 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언제 눈을 감은 걸까. 앞으로 꾸벅도 아닌 뒤로 젖혀지는 머리. 재미없었나.. 목 담 때문에 아파서 눈을 떴고, 그때 내가 졸았다는 걸 알아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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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낮잠을 자고 저녁을 준비했다.
시부모님이 주신 햅쌀로 갓 지은 밥. 국 하나 끓일 시간도 없이 냉장고에 있는 걸 꺼냈다. 메뉴는 비빔밥. 시금치랑 무생채, 상추를 넣고 후라이 하나를 얹었다. 참기름이랑 고추장 넣고 슥슥 비벼먹는데 다행히 맛있어서 금방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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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목공꿈나무는 열심히 나무를 만지고 나는 낙서를 하며 놀았다. 각자 할 일을 하고 나서 곧 만났다. 딸기랑 밀감 한 바구니를 꺼내놓고 부지런히 먹는 우리. ‘괜찮아 사랑이야’ 4화를 보면서 깔깔깔. 그리고 여러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도 신혼이지만 신혼 초기에 서로의 성격을 탐색하던 그 시절에 삐걱거렸던 한두 번? 정도 빼고는 싸우지 않고, 재미있게 잘 살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지난날에 내 말을 잘 들어주고, 남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서로의 속 얘기를 잘 나눈 우리가 대견한 밤이다. 나 이 정도면 월요일을 잘 보낸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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