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1월 29일 수요일,
6시 30분에 알람이 울린다.
둘 다 일어나기 힘들어서, 더 자고 싶어서 흐느적흐느적거리는 아침. 흐물흐물 액체가 되어 침대를 벗어났다. 오늘부터는 고구마 대신에 가래떡을 구워줄 계획이다. 어제 해동해 둔 쑥 가래떡을 꺼내 열심히 굽는다. 사과랑 달걀을 통에 담고, 물은 목 넘김이 좋게 따뜻한 온도로 컵 한 잔을 채워둔다.
.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났다.
집에 있더라도 일찍 씻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종종 쑥쑥한 상태로 지내곤 한다. 오늘은 아침 일찍 씻었더니 정신도 말끔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 마신 현미차가 생각나 팔팔 끓인 물에 현미를 넣었다. 구수한 냄새가 우리집을 꽉 채우는 그 순간이 좋았다. 조금 식혀낸 물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도 좋다. 오늘 목표는 물 배를 채우는 것. 하마가 되어보자. 화장실을 가는 게 여간 귀찮지만 내 몸에 수분을 꽉꽉 채우는 노력이 마음에 들었던 하루였다.
.
일부러 고기랑 밥을 남겨뒀는데 물 때문에 밥 먹을 배가 없다. 강정 몇 개, 사과만 먹었다. 내 사랑 밀감은 똑 떨어졌지만 사과랑 배가 생겼다. 부지런히 깎아 먹어야지. 낮 간식은 사과. 사과가 좋아 좋아.
.
벌써 저녁을 차릴 시간이 됐다.
메뉴는 나물비빔밥과 생선구이랑 튀김들. 밥에 참기름을 붓고 6가지 나물을 골고루 담았다. 나는 완숙 후라이, 남편은 반숙 후라이 한 개씩을 올려서 신나게 비벼 먹는다. 각자의 하루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서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
분리배출을 하러 가면서 동네 산책을 하기로 했다.
나가기 귀찮았는데 막상 나오니까 좋아서 더 있다가 들어가고 싶어 하는 이숭이와 집에 가고 싶은 남편. 그 이유는 갑자기 설계 프로그램 ‘스케치업’에 관심이 생겨 배워볼 생각에 서둘러 집에 왔달까. 혼자서 마우스로 또각또각 눌러보더니 하나도 모르겠단다. 갑자기 EBS 같은 교육방송이 흘러나오는 우리집. 그리고 뜨끈뜨끈 현미차. 잔잔한 지금이 좋은 1월의 끝자락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