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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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2일 수요일,
굿나잇, 굿모닝.
언제 잠들었는지 모를 정도로 딥슬립의 세계에 다녀왔다. 알람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오늘. 남편이 정말 오랜만에 연차를 내고 쉬기로 했다. 늦잠을 잤지만 나보다 먼저 일어나 미싱을 닦아내고 멍 때렸다고 한다. 여유 부리기 좋은 평일. 일주일 중 제일 지치는 수요일이 제일 널널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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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따라 유난히 남편 전화기가 더 울린다.
결국은 회사에 잠깐 다녀오고 그 사이에 나는 영어책을 펼쳤다.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 후에 감사 인사를 전하는 부분인데, 미셸 오바마를 언급하는데서 세상 달콤하고 로맨틱하다. 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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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점심은 코다리냉면.
저녁만 갔었는데 낮에 온 우리를 반겨주시더니 냉면이랑 코다리도 넉넉하게 만들어 주셨다. 매콤달콤한 냉면을 호로록거리고 산책 겸 철물점에 다녀오기로 했다. 남편이 좋아하는, 남편의 놀이터 철물점에서 경첩을 사고 돌아와 동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들이켰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될 오늘인데 밖을 나와서 좋고, 냉면이랑 커피데이트까지 하니 더 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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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다이소에 다녀오고 이불 빨래를 하고 옷을 개는 이숭이. 그리고 곧바로 안방 장롱 문에 경첩을 달고 뚝딱거리기 시작한다. 쉬는 날이면 아무것도 안 하고 쉬는 나랑은 다르게 뭔 가를 정리하고 뭔 가를 고치고 뭔 가를 만든다. 그 무언가를 끝냈을 때 뿌듯해하는 남편을 보면서 또 다른 기쁨을 느끼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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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싶었던 나쵸랑 계란과자를 꺼냈다.
오렌지주스, 사이다도 같이 홀짝이며 영화 ‘내 남자친구의 결혼식’을 본다. 귀여운 여인 이후로 줄리아 로버츠를 더 좋아하게 된 우리. 뮤지컬 영화 같아서 같이 흥얼흥얼 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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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저녁으로 갈비탕을 끓였다.
어머님이 주신 갈비탕팩으로 최후의 만찬을 즐긴다. 그리 배가 고프진 않았는데 2주 동안 못 먹을 탄수화물, 고기니까 마지막으로 거하게 먹기로 했다. 냠냠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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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디톡스 전야제.
장을 완화시키는, 다이어트와 숙변제거에 좋은 약을 다섯 알이나 먹는다. 일단 장을 깨끗하게 비우고, 이제 구충제 한 알까지 먹으면 모든 준비는 끝났다. 비포 애프터를 위해 동영상도 조금씩 남겨놨으니까 나중에 비교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냉장고도 디톡스를 하게 돼서 당분간 먹지 않을 식재료도 정리했다. 과연 우리는 어떤 모습, 어떤 상태로 2주를 보내게 될 것인가. 그동안 필터링 없이 먹어댔던 음식들 안녕.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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