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524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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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4일 금요일,
효소 디톡스 D+2.
어찌어찌 첫 날을 보내고 괜히 거울 앞에 들락날락거리기 시작한다. 30년 넘게 먹으며 쌓은 걸 하루 만에 없애지 못하는 걸 알면서도, 묘한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는 나. ‘살이 빠지고 있을까? 빠지겠지???’ 부푼 희망을 품고 바라본 내 모습은 여전히 벌크업, 숭크업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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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빈 병 두 개씩 들고 식사시간, 간식시간에 먹을 분량을 나눈다. 효소를 붓고 물에 타서 일정한 양을 맞췄다. 이거 없으면 못 버티니까 소중하게 다뤄야지. 그리고 오늘은 물을 더 많이 마셔보기로 하고, 잘 견뎌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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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15일차(요가 87일차).
요가이모랑 같이 학원에 갔다. 자초지종 디톡스를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나누고, 벌써 살이 빠진 것 같다며 희망찬 말을 하셨다. 그리고 몸을 풀고 수건을 목에 똘똘똘 감았다. 오늘 대구는 35도라더니, 운동을 하면서 땀이 후두두둑 떨어진다. 영혼이 털린 느낌이 들 때쯤에 한 시간이 지났다.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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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가기 전에 영어를 끝내서 여유로웠다.
내 상태가 덜 바빠지거나 널널하면 찾아오는 허기짐... 배가 난리가 났다. 어제는 그렇다 치더라도 오늘도 음식물이 안 들어오니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것처럼 꼬르륵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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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은 기운이 없어 보인다.
편두통이 있다고 했다. 나도 기력이 조금 떨어져서 누워서 쉬었다. 지금 이 순간에는 뛰어놀거나 에너지를 팡팡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결국 남편이랑 둘이 누워서 영화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봤다. 일단 보랏빛 색감에 푹 빠져서 보고 악동들의 만행?에 놀라고 그럴 수밖에 없었던 현실을 보면서 여러모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사회복지에서 접근해봐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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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가구 구경을 하고
갑자기 영화를 보고
갑자기 인터넷 검색을 하고
갑자기 낙서를 하고
갑자기 노래를 부르고
갑자기 피자 만들기 게임을 하고
갑자기 뭔가 먹고싶고!!!!
갑자기 지난날의 음식 사진을 보고
갑자기 후라이가 땡기는 도전 2일 차의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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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시도 때도 없이 배가 너무 고프다....
이렇게 기분 좋은 금요일에, 아무것도 먹지 않다니... ‘여유는 잔고에서 오고 상냥함은 탄수화물과 당분에서 온다.’는 말에 너무너무 공감. 달걀 후라이가 먹고 싶은, 아주 소박한 이숭이의 소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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