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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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6일 일요일,
알람을 맞췄지만 알람을 끄고 잤다.
둘 다 침대에서 꼬물꼬물 애벌레로 변신. 오전에 일찍 시장에 다녀오기로 했는데 한 시간 가까이 더 자고 일어나는 우리. 외출 준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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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대신에 지하철을 타고 움직였다.
덥긴 한데 나한테는 부채가 있으니까 괜찮을 거야. 그래도 지하철이랑 시장은 시원하겠지. 서문시장에 도착했다. 일요일엔 문을 닫는 곳이 많아서 볼 게 없다. 결국 산 건 실 몇 개. 시장에 오랜만에 왔으니까 볼 것도 많고 구경할 게 많지만 기력이 없다. 온통 먹거리로 유혹하지만 먹을 수가 없었다. 디톡스 끝나고 다시 찾아오기로 하고 집에 가기로 한다. 외출 이후로 가장 빠른 귀가를 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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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소 디톡스 D+4.
하루가 다르게 살이 빠지고 있는 것 같다. 하루가 다르게 무기력해지고 있다. 나보다 남편이 더 힘들어하고 그냥 누워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짜증이 내재되어 있고, 대화의 빈도가 줄어들었다. 예민함과 까칠함으로 혹시나 서로를 건드릴 수 있으니 조심한다고 해야 하나. 내가 괜찮다고 해서 상대방에게 파이팅을 계속 외치는 것도 쉽지 않다.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왔다리 갔다리하긴 했지만, 그냥 우리는 조용히 각자 할 일을 하고, 나는 낮잠을 네 시간이나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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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함께 빨래를 돌리고 갰다.
영어공부를 하고 영화 ‘뷰티 인사이드’를 본다. 이런저런 이유로 좋아하는 영화. 이 영화를 같이 본 날에 펑펑 울었던 기억도 떠오르고, 클래스를 할 때 ost가 흘러나왔던 순간도 스쳐 지나갔다. 좋다. 이 영화는 봐도 봐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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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톡스를 같이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혼자만 하면 그 고통과 감정을 못 느낄 테니까 이것도 괜찮은 것 같다. 어쩌다 보니 4일째 도전 중이고, 이 힘듦을 같이 느끼고 있다. 남편과 나의 새로운 모습을 발견해서 색다르고, 무엇보다 살이 빠지고 있다. 안 들어가던 청바지에 다리가 들어간다. 아직 단추는 안 잠가지지만 그래도 괜찮다. 새삼 느낀 건 우리는 일상에서 생각보다 먹는 데 많은 시간을 두고 있었다. 먹는 걸 절제하면서, 먹고 치우는 시간도 없으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많아졌다. 늘어난 시간에 뭐라도 하면 정말 뿌듯할 것 같은데 에너지가 없는 이 현실이 안타깝다. 오늘은 왕뚜껑이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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