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2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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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2일 목요일,
자고 일어났더니 앞머리가 쑝 올라갔다.
눈썹보다 위에 있길래 당황스러운 나 자신. 얼른얼른 자라라. 다음에는 덜 과감하게 잘라야지. 살짝살짝 잘라야지. 그나저나 어제 잠깐 계단운동했다고 다리가 고장 났다. 삐걱삐걱. 이 것 또한 당황스러운 나 자신. 운동부족 이숭이 반성하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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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달걀 두 개랑 물만 챙기니까 남편 출근 준비가 간단했다. 사과가 똑 떨어졌다. 먹기 부담스러울 정도로 푸석했던 사과라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잘 먹어준 남편에게 감사 인사를. 시장 사과가 맛있던데 외출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것이 고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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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로 ‘빨간 머리 앤’ 1화~3화를 연달아 봤다.
어릴 적 기억하던 앤을, 만화로 봤던 앤의 이미지가 생생하게 드라마로 만날 수 있었다. 말은 어찌나 잘하고 상상력과 감수성은 흘러넘치도록 풍부한지, 짧은 시간에 앤의 매력에 퐁당 빠졌다. 만화도 다시 보고 싶어 지는데. 앤이 그저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와중에 점심으로 육개장 컵라면에 미나리를 올려먹었다. 구워 먹는 거랑 또 다른 맛에, 미나리 라면을 왜 추천했는지 알 것 같았다. 미나리 사랑. 럽럽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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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또 오르락내리락했다.
요가를 처음 시작했던 날처럼 삐걱거리는 내 다리. 정녕 제 다리가 맞나요.. 어제랑 같은 속도로 걸었는데 왜 이리 숨이 차고, 다리는 더 아픈 걸까. 실제로 소요되는 시간은 20분도 채 안되는데, 내 상태는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다. 다시 집에 와서 씻고 달고나 커피로 보상받는다. 오늘은 이디야 스틱커피 3봉지랑 설탕을 한가득 넣고 열심히 젓는다. 이제는 좀 잘 만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고 있다. 김참새 작가님의 귀여운 컵에 담아 호로록 마셔본다. 맛있는데 카페인이 핑 돌고, 콩콩콩거리는 맛. 두근두근 콩닥콩닥 참 달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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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메뉴는 미나리 갈비.
엄마가 보내주신 양념갈비가 남았길래 부지런히 구웠다. 미나리를 한 움큼 잡아서 먹기 좋게 자르고, 줄기 쪽은 굽고 이파리는 생으로 먹었다. 오늘도 빠지지 않는 양배추 샐러드와 마요네즈랑 케첩. 매일매일 먹어도 안 질리는 것들과 함께 초록 식단은 아주 성공적이었다. 미나리 럽럽럽. 손으로 갈비를 뜯고 뼈는 젠가처럼 쌓는 남편을 보며 깔깔깔. 그냥 우리끼리 참말로 즐겁네. 바깥은 울적하지만 우리는 즐거워보세. 내일은 평화가 찾아올까. 초록색을 보며 모두의 평화를 비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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