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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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 수요일,
요일이 헷갈린다.
수요일인지 목요일인지. 월요일도 주말도 아닌 건 확실한데. 남편이 출근할 때 도착한 택배 상자들. 어제 오후에 주문한 게 아침에 와 있다. 그야말로 로켓배송. 집에서 손 까딱까딱 만으로 물건을 편하게 받을 수 있는 건 택배기사님들의 노고였다. 감사해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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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트를 깔고 엎드린다.
잔잔한 음악이 나오는 공간에서 몸을 풀면 요가학원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요가꿈나무의 낑낑거리는 요가 생활이 스쳐 지나간다. 발목도 돌리고 목도 돌리고 굳어있는 몸들을 깨우는 아침. 나의 몸아 굿모닝. 보리차와 사과 한 개를 먹었다. 선물 받은 쾌변약을 종종 먹는 편인데 화장실을 자주 갈 수 있는 기쁨도 잠시, 장이 꼬이듯 아픈 느낌이 싫다. 으아악. 변비약으로 추천해요 똥기사 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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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집 이야기’를 봤다.
일단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었고, 포스터에 끌려서 바로 틀었다. 배우 이유영의 연기를 본 건 처음이다. 집 계약이 끝나갈 무렵에 ‘옮길 집’을 찾지만 마음에 드는 집이 없다. 결국 아빠가 사는 집에 머무르면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낯선 아빠 낯선 공간에서의 낯선 관계, 그럼에도 많은 장면에서 가까워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어락과 열쇠, 복숭아 김치와 라면, 석양, 빛바랜 집이 인상적이다. 집을 소재로 한 영화 ‘소공녀’와 ‘우리 집’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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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택배들이 도착했다.
생필품이나 식재료는 왜 이렇게 자주 떨어지는지 사도 사도 끝이 없다. 지난주에 시장에 다녀왔는데 청양고추와 양파가 똑 떨어졌다. 인터넷으로 주문한 식재료와 바디워시랑 로션. 무슨 마음이 들었는지 갑자기 레몬도 샀다. 그리고 주인공인 ‘강원도 감자’도 왔다. 10kg 2상자에 담긴 감자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오늘부터 감자요리가 시작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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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도 왔으니 저녁은 카레다.
당근, 양파, 감자, 표고버섯을 썰었다. 매콤한 맛을 위해 청양고추 한 개도 꺼낸다. 달걀후라이랑 노릇노릇 익힌 치킨 가라아게도 살짝 올려둔다. 감자가 주인공일 줄 알았던 카레에 진짜 주인공인 부추가 나타났다. 밥 위에 쫑쫑 썬 초록초록 부추를 올리고 슥슥 비벼먹으니 참 맛있다. 양배추 샐러드랑 부추무침은 조연으로 우리 밥상을 든든하게 빛내준다.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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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밤 커피를 마시는 우리.
날이 많이 따뜻해졌는지 아이스를 자주 찾는다. 벌컥벌컥 마시는 동안 영화 ‘알로, 슈티’를 틀었다. 저번에 혼자 본 적이 있는데 같이 보고 싶어 졌다. 남편도 재미있는지 웃음이 빵빵 터진다. 그런 모습을 보며 나도 깔깔깔 낄낄낄. 무엇보다 프랑스 북부지역 특유의 언어를 따라 하느라 바쁜 우리. 즐거운 영화 덕분에 즐거운 밤이 됐다. 잘 자요 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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