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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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수요일,
효소 디톡스 D+14.
드디어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디톡스를 시작하기 전 날에 호기롭게 먹었던 구충제와 장 완화제. 1일 차부터 흔들흔들 배고픔에 몸서리치던 이숭이의 극한 힘듦. 화장실은 들락날락거리고 남편과 나는 예민할 대로 예민해졌다. 무엇보다 기운이 없어 무기력한 인생을 살아가던 며칠. 4일 차 지나고는 적응은 됐지만 그래도 음식의 유혹 때문에, 내가 아는 그 맛들 때문에 괴로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흐르고 어느새 마지막 날. 나쵸만 참았으면 좋았을 테지만 속을 비우는 제일 큰 목표를 달성했으니 그걸로 만족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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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 94일 차.
요가이모랑 월화수요일 출석도장을 잘 찍고 있다. 원래는 오늘 못 만날 줄 알고 이번 주 인사를 미리 다 하고 다음 주에 보자는 말 까지 했는데.. 아이참. 35도까지 올라가는 더위 속에서도 우리는 요가 동지. 이번 수업은 하체 강화를 위해 하체 위주로 동작을 배웠다. 킥킥 차는 동작부터 슉슉 뻗느라 가랑이가 찢어지는 뱁새 이숭이. 아,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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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가이모가 주신 빵을 들고 집에 왔다.
현실은 당근이랑 취나물, 효소. 30번은 꼭꼭 씹으면서 천천히 삼키려고 노력을 무진장했다. 든든하게? 먹고 졸음이 밀려와서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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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한 남편이랑 같이 마트에 갔다.
목표는 최종 몸무게를 확인하는 것. 별로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체중계 위에 올라갔는데... 와우. 나는 5킬로그램 , 남편은 4킬로그램이 빠졌다!!! 아직 미해결된 뱃살과 더 빼야 할 몸무게가 많이 남았지만, 큰 성공이다! 2주를 굶으면 확실히 빠지는구나. 방심하는 순간 요요가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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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쁜 마음으로 열과 성을 다해 농구 슛을 날렸다.
예전에는 1쿼터도 못 통과하는 왕초보들이었는데 이제는 4쿼터도 잘 넘기는 우리. 1,000원으로 함박웃음을 짓고 오락실을 나온다. 방심은 금물.. 시식코너를 휩쓸고 돌아다닌 이숭이. 나도 모르게 먹은 베이컨, 만두들, 오징어 등등 오늘부터 위험신호 삐뽀삐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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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응답하라 1997’ 6화, 7화를 연달아봤다.
요가이모가 주신 빵 2개를 해치운 우리. 조금은 더부룩하고 배가 부른 수요일 밤. 휴일이 있으니 여유롭고 평화로운 밤이 되었다. 디톡스를 하면서 느낀 점은 파트너와 함께 해야 음식의 유혹도 덜 느끼고, 고통을 함께 느끼니까 공감과 이해의 폭이 넓어진다. 그리고 살이 빠지지 않을 때는 일단 2일 정도는 굶어서라도 위를 작게 만들 필요가 있는 것 같다. 그 이후에는 식단 조절과 운동으로 빼는 게 효과를 볼 수 있지 않을까.. 길고 길었던 2주 디톡스 굿바이, 안녕. 잘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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