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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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목요일,
우리 사이 모닝콜로 만나는 사이.
며칠만 있으면 진득하게 붙어있을 거지만, 덜 깬 채로 목소리를 들으니 같이 있는 기분이었다. 부지런히 하루를 시작하는 남편에게 그저 감사하고, 남편도 아침마다 전화하는 내게 감사해한다. 따뜻한 마음, 행복한 기운 충전 완료! 파워 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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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잠들었다가 깼는데 10시가 넘었다.
화장실에 다녀와서 정신을 차리고는 동화책을 소리내어 읽었다. 5분 정도의 짧은 시간이지만 내 목소리를 들려주는 일을 반복하는 중이다. 부끄럽지만, 힘들지 않게 꾸준히 할 수 있는 걸 찾다 보니 나무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한 달 하고도 2주가 넘어가는데 나무는 책 읽는 시간을 알려나. 머지않아 품에 안고 눈을 마주보며 나누는 이야기는 얼마나 재미있을지 상상만으로도 기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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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빵, 옥수수 몇 알, 과자.
일어난 지 얼마 안 됐는데 엄마는 내게 ‘방에 자러 가자’ 하셨다. 둘이서 큰방에 들어가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각자의 시간을 가진다. 엄마는 낮잠을, 나는 폰 게임을 하다가 골목식당에 빠졌다. 오늘은 배가 좀 당기는 것 같아 앉아 있는다. 나 웬일로 낮잠을 안 잤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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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동생을 만나기로 했다.
일본 라멘과 우동, 돈까스를 먹으면서 시시콜콜 대화를 나누고, 자리를 옮겨 또 열심히 떠들었다. 우리의 대화에 내가 아닌 ‘나무’가 자주 등장하다니. 나무의 존재는 굉장히 신비롭고 자연스러웠다. 옆동네 오빠까지 합류해서 수다삼총사가 된 우리들. 편의점에서 녹차맛 아이스크림을 덜렁덜렁 사들고 공원 벤치에 앉아 열심히도 퍼먹는다. 내가 제일. 결국 먹다가 배 위로 떨어진 연두색 덩어리들. 양 옆에서 케어를 해주는 손이 많이 가는 이숭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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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생각없이 앉아있는 공원 벤치.
오늘이 제일 여유로운, 자유로운 황금기인 것 같아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문득 문득 찾아오는 감사한 마음. 고마운 인연. 우리는 해안도로를 천천히 걸었고, 서로 발 보폭을 맞추기도 했다. 온몸으로 느껴지는 선선한 통영 바람, 바다 냄새, 적당한 온도가 좋아서 ‘오늘’이 그리워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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