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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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화요일,
일찍 누울수록 자주 깨고 화장실도 한 번 더 가게 된다. 두두두 빗소리에 창문을 닫고, 춥다는 남편에게 담요를 덮어주는 새벽. 발치로 감기 몸살처럼 열이 퍼지고 있어서 얼음팩을 이마 위에 올렸다가 볼에 갖다대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얼음팩 바꿔주기, 걱정해주기, 죽이랑 간식 챙겨주기와 같은 작은 것들. 때마침 엄마표 들깨죽이 있어서 또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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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해가 반가워서 나무에게도 바깥 날씨를 알려준다. 며칠 전 뱃속에서 톡 톡 톡 건드리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긴가민가 물음표를 찍고 있는 이숭이. 나무의 터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괜히 떨리고 신기한 세상이 되었다. 정말 태동일까? 또 느껴보고 싶어 대 자로 누워서, 조용히 기다려보곤 했다. 나무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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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은 죽이랑 반찬을 먹고 콘칲이랑 맥심 아이스를 마셨다. 맛있게 잘 먹었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내게 몸무게는덤이리라. 요 며칠 화장실을 잘 갔다고 푸룬주스를 안 마셨더니 장 운동도 멈췄나보다. 내일부터 물이랑 주스랑 부지런히 마셔야지. 쨍쨍한 날씨와 어울리는 이불 빨래. 팡팡 털어서 너는 것만으로도 상쾌해진다. 무럭무럭 자라는 고무나무도 기특하고, 우리 나무도 대견한 나무들. 빈틈없이 고맙고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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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오후는 하트시그널 보는 것으로 시작해서 책 두 권을 꺼내왔다. 하나는 영어책, 하나는 퍼즐책. 예전에 즐겨하던 네모네모 로직책을 오랜만에 펼쳤다. 하다 만 것도 있고 색칠하다 지운 흔적도 꽤 있다. 잡념을 없애기 좋아서 하게 되지만, 한 번 꼬이면 은근히 열받는 로직게임. 지우개랑 연필로 슥샥슥샥 계산해가며 채웠다. ‘유리로 만든 작은 바다’를 나무와 함께 완성!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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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은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붓기도 가라앉고 피도 멈추고 열도 내려갔지만 온 몸에 힘이 없다고 했다. 잠깐 쉬다가 저녁은 돈까스로 결정! ‘응답하라 1994’를 보면서 한 쪽 이가 불편하지 않게 기울여서 먹는 모습에 또 짠해지는. 그러나 돈까스가 맛있어서 남편 것까지 더 먹고 마는 이숭이. 네모네모 로직 하나를 더 끝내고 책 읽어야지. 아, 오늘도 헤이카카오는 내게 강한 척하는 중.. 언제 평화가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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