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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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4일 금요일,
새벽 4시, 재난알림 문자로 눈을 떴다.
조용하던 집에 울려퍼지던 비상소리에 둘 다 화들짝 놀랐다. 폭우로 피해지역이 많단다. 엄마 아빠는 어제 비를 뚫고 부산을 다녀오셨고, 밤새 창문이 덜컹일 정도로 바람이 많이 불었다고 했다. 우리는 바깥 상황도 모르고 쿨쿨쿨 자버렸지만, 한발 늦은 걱정을 하고 있었다. 큰 피해가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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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근하고 다시 누웠다가 다시 거실로 나왔다. 배가 꼬르륵. 그냥 넘어가기엔 배가 너무 고프다. 안 먹자니 나무가 아닌 내가 스트레스를 받을 듯 하여 우유에 시리얼을 붓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다. 비빔밥 그릇에 시리얼을 먹는 나를 보고 놀라던 남편이 생각나서, 일부러 의식해서 국그릇으로 바꿨다. 그게 기본인 줄 알았지 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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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피스를 입었는데 이것도 며칠 뒤면 못 입을 것 같다. 여유없는 옷이 안쓰러워지는 건 왜일까. 안전벨트를 했는데 배가 툭 튀어 나오는 의외의 상황에서 또 현실을 받아들인다. 나 정말 임신부 맞구나. 시장에 가서 참외를 산다는 게 초록사과랑 자두에 마음을 빼앗겼다. 덤으로 주신 참외를 받고, 동네빵집으로 출동. 반가운 인사를 나누고 케이크랑 빵을 사들고 돌아간다. 가는 길에는 미니 장미도 데리고 온 비오는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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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대신에 빵.
그리고 고양이식탁 게임, 네모네모 로직. 오늘 완성한 그림 위에는 나무와 우리의 기념일을 같이 기록해둔다. 언제가 될진 몰라도 책을 넘기다 발견할 우연한 날을 위해서. 밥을 먹어야 하는데 피자를 먹기로 했다. 퇴근한 남편 손에 들린 불고기피자는 불금을 즐기기에 충분했다. 오늘도 ‘응답하라 1994’ 5화를 보면서 깔깔깔. 맛깔나는 사투리 때문에 배를 잡고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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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7월 24일.
우리가 결혼한 지 천 일째 되는 날이자, 나무가 자란지 6개월이 되었다. 언제 이렇게 시간이 흘렀냐며 눈이 똥그래진다. 특별한 날엔 그냥 넘어갈 수 없기에 아까 사 온 초코케이크를 꺼내 알록달록 글자픽을 꽂았다. 당신의 눈동자에 아니, 우우유 건배를. 우리의 축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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