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5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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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5일 토요일, 우리는 늦잠꾸러기. 7시 40분에 잠깐 깼다가 다시 잤는데 눈을 뜬 건 10시 쯤이었다. 오랜만에 우리집에서 같이 늦잠을 자는 거라 그마저도 좋은 토요일. 고무줄처럼 주욱 늘어지려다 동시에 몸을 일으킨다. 장보러 가자. 렛츠고. . 6개월이면 정말 임산부인가 보다. 2주 전에 입었던 옷이 더 작아지고 있었다. 나날이 존재감을 드러내는 우리 나무는 뱃속에서 잘 자라고 있다며, 내 몸에서 자신만의 공간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대견하면서도 만삭의 내가 무서워지는 건 뭐람. 벌써 몸이 무거워서 일어날 때도 ‘아고고’를 외치는 내가 또 낯설어지기도 했다. 그러다가도 나무의 톡톡에 웃는 내가 신기한 이 세계 정말 뭐야 뭐야? . 과일이랑 토마토를 사야지. 마트에서 과일만 빼고 이것저것 담았다. 역시 쇼핑은 충동구매였지. 시리얼과 돼지고기, 요구르트, 곰탕이랑 비비고죽 여러 개를 샀다. 많은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시장에 갔다가 분식점을 들어간다. 집에서 밥을 해먹기로 했는데 배고픔을 참지 못한 나. 납작만두랑 같이 맛있게도 먹는다. 옆 테이블에서는 만두 매니아가 왔는지 납작만두를 계속 계속 주문하더니 다섯 그릇이나 먹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는 과일 한 상자를 사들고 집으로 돌아갔다. . ‘삼시세끼’가 끝나고 ‘여름방학’을 틀었다. 강원도에서 한달살이를 하면 좋겠다며 대리만족을 하고 있는 우리. 지난 여행이 그리워진다.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강원도는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 나무가 좀 자라고나면 하동이든 구례든 어디든 떠나볼까나. 남편 커피를 홀짝홀짝이며 동네빵집 초코케이크랑 빵을 먹었다. 내사랑 카야버터브레첼. 또 먹고 싶네. . 저녁 잠을 자고 일어났다. 밤에 잘 잘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푹 잤다. 그리고 거실에서 각자 놀고 있는 우리. 네모로직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데 오늘은 실패를 경험하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숨과 탄식이 들려오는 우리집. 일단 나무한테 동화책이나 읽어줘야겠다고 책을 펼친다. 아빠가 처음 동화를 읽어주는 특별한 날. 무엇보다 아빠 목소리는 나를 더 행복하게 한다. 나무야 어때, 재미있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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