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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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일요일,
태동과 입덧의 사이.
방심한 사이에 양치하던 중에 변기를 붙잡았다. 저녁에 먹은 거라곤 자두 하나랑 물인데 다 뿜어냈다. 묽은 물줄기쇼. 아이참. 입덧 끝난 거 아니라고 알려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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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싫어 싫어 토요일.
선풍기 틀어놓고 각자 폰을 가지고 놀다가 재미난 거 있으면 보여주면서 낄낄낄. 그러다 나무가 톡톡 신호를 보내면 다시 나무 이야기를 하게 되는 우리. 나무가 우리를 변하게 하는구나. 지금 이 톡톡도 마냥 신기한데 쿵쿵 팡팡 칠 때면 나는 또 얼마나 놀라고 신기할 지 눈에 훤하다. 1시 30분 우리집 불 o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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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시에 밖으로 나왔다.
나무 할아버지 할머니 보러 가는 날. 몹쓸 코로나 때문에 설날 이후로 처음 만나는 우리. 대구 가까이에 있는데도 이렇게 못볼 줄이야. 만나면 늘 안아주시는 늘 보물이라 불러주시는 시어머니는 이번에 내가 먹고 싶은 걸 말하라고 하셨다. 중복이니까 밖에서 삼계탕을 먹자고 제안했는데, 오메. 집에서 팔팔팔 끓이고 계신다. 한방재료가 넘치도록 들어간 어머님표 특별 삼계탕 덕분에 넷이서 정말 정말 배부르게 먹었다. 인삼도 6년근 통째로 팍팍. 갈배사이다와 인삼주 건배 짠짠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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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끝이었다면 오산.
오이를 먹지 않는 나를 위해 오이빼고 무쳐주신 쭈꾸미초무침. 녹두랑 대추랑 밤, 콩이 들어간 밥. 간식은 1차 복숭아, 2차 수박, 초코우유랑 과자. 중간에 1시간 반은 낮잠까지 달달하게 자고 일어나 다시 저녁밥을 먹는 사육의 세계 현장. 메뉴는 콩국수였는데 갑자기 LA갈비가 튀어나왔다. 어제 마트에서 먹고 싶다고 했는데 텔레파시가 통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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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이 콩이랑 면을 삶고 콩국을 준비하시는 동안 남편은 갈비를 굽는다. 내가 조금만 움직이려 하면 오늘은 가만히 있으라며, 아무 것도 하지 말라고 앉아 있으라 하셨다. 먼저 나온 갈비를 혼자서 냠냠냠 먹는 특별대우를 받아본 적이 있던가. 음식을 남긴 적이 있던가. 오늘은 예외였던 날. 배가 빵 터질 것만 같아서, 나무가 혼낼 것만 같아서 남기기로 했다. 그리고 설거지는 점심도 저녁도 남편이 샥샥샥. 모두 모두 고맙습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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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올 때 양손 무겁게 돌아왔다.
나물 무침이랑 밑반찬과 고기, 고추랑 복숭아, 그리고 두둑한 용돈까지. 사랑받는 며느리, 나무 엄마. 시부모님 만세 만세 여보 만세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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