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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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8일 화요일,
11시 전에 불을 끄면 뒷날이 확실히 편하다.
하지만 재미있는 게 많을 때는 남은 밤을 다 끌어다 쓰고싶은 유혹에 빠지는 우리. 어제 조금 늦게 잤다고 온 몸으로 피로를 느끼고 있다. 이럴 때 내가 하는 말. ‘오늘은 일찍 자자’.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는 동안에 간식을 챙긴다. 초록사과, 자두, 참외, 방울토마토랑 요구르트. 오늘의 알록달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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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몽사몽 모습으로 거실에 나왔다.
어묵탕이랑 밥을 데워서 한 그릇을 깨끗하게 비운다. 김이랑 밑반찬이랑 같이 싸먹으면 내가 좋아하는 맛이 여기저기서 팡팡 터진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마루 밑 아리에티’를 보면서 ‘나무야 엄마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이야’를 알려준다. 또 좋아하는 곡이 나올 때는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이야’ 하면서 나의 취향들을 알려주곤 했다. ‘복숭아 맛있지?’ 물어보기도 하고 ‘나무는 지금은 뭐하고 있을지’ 궁금해하는 시간. 우리의 교감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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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도 로직에 빠졌다.
기쁘게 그림 두 개를 끝내놓고 밥을 차리기로 한다. 메뉴는 잡곡밥, 돼지고기 묵은지찜, 고추랑 밑반찬들. 친정에서 먹은 음식이 생각나 남편이랑 같이 해먹기로 했다. 엄마가 알려준 방법이 기억나지 않아 인터넷 레시피를 참고했지만 꽤 그럴 듯한 맛이 났다. 고추를 쌈장에 푹푹 찍어 먹으면서 하루 일과를 나누는 우리. 내가 차린 음식을 잘 먹는 남편 덕분에 오늘도 감사하게 잘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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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도 네모네모 로직.
손날이 새카맣게 변해버릴 정도로 열심히도 풀었다. 펠리컨 새를 완성하고 남편에게 자랑하는 이숭이. 그리고 복숭아를 먹자고 하면서 깎아오라고 심부름을 시키는 양아치 이숭이. 이쁘게도 물든 복숭아 색깔에, 부드럽게 넘어가는 달콤한 맛에, 나의 요청을 받아주는 다정한 남편에 소소한 기쁨을 누리는 밤. 참 괜찮은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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