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729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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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 수요일, 알람이 울려도 움직임이 없는 애벌레 두 마리. 오늘은 어떤 이유로 피곤한 걸까. 매일 지키지도 못 할거면서 ‘오늘 일찍 자자’라고 말하는 우리. 탱자탱자 늦잠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겨우 몸을 일으키는 남편. 그를 위해 간식을 챙겨주고 방긋방긋 높은 톤으로 인사하기. 좀 이따 만나요 우리. . 부산에 가신 줄 알고 엄마한테 연락을 했더니 피곤해서 쉰다고 하셨다. 날씨가 여럿을 힘들게 하는구만. 아침에 잠깐 통화를 나누고, 다시 한숨자라고 끊는 엄마. 엄마는 아기 낳기 전에 푹 자라고 하셨다. 이럴 때는 엄청 말 잘 듣는 딸이 된다지. 쿨쿨쿨. 시원하게 잘 잤다. . 평범한 하루. 국이랑 반찬, 밥이 있는 덕분에 꽤 잘 차려먹고 있는 요즘이다. 밥만 먹어도 칭찬받는 이숭이. 그리고 네모네모 로직에 빠져서 그림 세 개를 완성시켰다. 사방에는 지우개똥이랑 까망까망 연필자국이 한가득. 안 풀릴 것 같던 퍼즐도 어느새 하나씩 채워지면서 그림다워질 때 묘한 성취감을 느낀다. 쉬는 시간에는 요구르트 한 잔을 마시면서 동화책을 읽었다. 나무는 틈틈이 내게 신호를 보내곤 한다. 톡톡톡. . 저녁약속이 있어서 밖으로 나왔다. 걷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비가 그쳐서 걸을 마음이 생겼다. 동네언니네 가족을 만나는 날. 남편들끼리 제대로 인사하는 날. 귀염둥이 아기도 처음 본 날. 다정한 언니라서, 나무랑 친구라서 더 애정이 간다. 마치 생일잔치를 하는 것처럼 돈까스, 피자, 파스타를 시켜서 종류별로 먹었다. 아기를 보느라 잘 먹지도 못하는 부부 앞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먹고 배부르다며 배를 두드렸다. 미래의 우리 모습일텐데 흐흐. . 자리를 옮겨 카페에도 갔다. 아포가토 컵에 반하고 맛에 반하고 분위기에 반하는 밤. 대화는 연애, 결혼, 임신과 출산, 육아로 번져서 쉬지 않고 떠들었던 것 같다. 아직 가보지 않은 세계에 대한 낯섦과 육아선배에 대한 동경이랄까. 많은 짧은 시간에 감정들이 오갔던 것 같다. 눈길은 계속 아기에게로 향하고, 품안에 있는 나무를 불러보곤 했다. 대구에서 따뜻한 인연을 알게돼 또 감사해지는 시간. 고맙습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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