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1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_
_
8월 1일 토요일, 벌써 8월이라니. 7시에 일어나는 여름휴가 첫날. 먼 길을 가야하니까 조금 서두르기로 했다. 전기코드도 다 뽑고 커피를 내리고, 짐을 마저 챙기고 콧노래를 부르는 아침. 집에 남아있는 과일을 해결할 겸, 간식으로 먹으려고 챙겨 나왔다. 사과, 방울토마토, 복숭아, 자두 알록달록 과일을 깎는 건 남편의 몫. 도시락통에 참 정갈하게도 담았다. 소풍가는 기분이 든다. 짝짝짝. 결국 30분을 더 소비하고는 집을 나선다. . 서울을 떠나는 길. 나무한테는 처음 가는 여행이니까 잘 다녀오자며 약속을 했다. 휴게소에 들러 옛날 핫도그랑 소세지 하나씩을 들고 먹는 기쁨의 순간들. 집에서부터 내내 맑은 하늘을 만나서 기뻤는데, 경기도를 들어서면서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서울은 호우주의보 아니 호우경보, 비 100%. 기상청 일기예보가 엇갈리기를 바랐지만 딱 맞아떨어지는 건 뭐람. . 잘 알지도 못하는 성수동에 가보고 싶어 주차를 했다. 갑자기 퍼붓는 비를 보며 하늘에 구멍이 난 줄 알았네. 슬리퍼로 갈아신고 빗속을 씩씩하게 걷는다. 분위기 좋은 식당에서 먹고, 근처 커피숍에 들러 아이스 바닐라라떼를 원샷하는 나. 라떼를 즐겨먹지 않는데도 맛있는 건 휴가라서 그런 거겠지. 골목길을 드나들면서 가게 구경하는 재미, 책방이랑 문방구에 들러 이것저것 사는 재미도 있는 성수동 탐방. 덕분에 잘 놀았다. . 남편 친구집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근처 파스타집에서 빠네를 박살내고 치킨집에서 파닭을 먹고, 집에서 안주를 파헤치는 먹는 하루. 귀여운 고양이, 다정한 사람들, 먹는 즐거움, 여행의 달콤함, 나무의 배려 덕분에 하루를 알차게 보낼 수 있었다. 피곤해서 일기를 건너뛰려 했지만, 기록을 하고픈 성격 때문에 구구절절 적는 일기가 완성됐다. 남편도, 모두들 굿나잇 인사를 했는데 왜 지금 떡볶이랑 튀김을 먹고 있는거지? _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00731 이숭이의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