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3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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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일 월요일,
새벽 3시, 그 밤의 끝을 잡고 싶었지만 은근히 쌓인 피로와 요통으로 드러눕는다. 아직 4개월이나 남았는데 배가 나오면서 느껴지는 허리의 묵직함, 무거운 느낌에 찌뿌둥함이 더해진다. 비와 흐린 날씨의 영향도 크겠지만 엄마가 되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 뭔가를 참고 견뎌야 할 게 하나둘씩 쌓인다. 다시 한번 이 세상 엄마들의 노고에 존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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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머물던 곳이나 옮겨다니는 장소마다 비가 따라다닌다. 이쯤이면 비 요정은 우리의 마스코트인가. 호우경보, 산사태와 한강 수위상승, 하천 침수 등 재난을 방불케하는 알람도 계속 함께 했다. 밤처럼 어둑어둑한 아침. 10시에 일어나서 씻고 둘이서 초코시리얼 한 그릇을 비웠다. 곁에는 귀여운 고양이가 킁킁킁 코를 갖다댄다. 그리고 곧 소화가 채 되지 않은 상태로 점심을 먹었다. 우동과 카레 냠냠냠, 신기하게도 계속 들어간다. 덕분에 편안하고 즐겁게 놀았던 서울 여행. 그들과 인사를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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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리스언니를 만났다.
비를 뚫고 만난 우리는 송리단길에서 안부를 물으며 커피를 마셨다. 예전에 거의 마시던 아메리카노는 뒤로 하고 요즘은 달달한 바닐라라떼에 빠졌다. 우리의 주제는 코로나로 변해버린 일상, 대학생들의 고충, 부모가 된다는 것, 그리운 그리스 등등 꽤 진지한 이야기들. 저녁은 파스타로 먹으려다 갑자기 만두로 변경하고 처음으로 만두가게에 들어갔다. 따뜻한 김치만두랑 고기만두, 비빔만두로 잔치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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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시간동안 달려온 서울-대구.
우리집 문을 열자마자 ‘잘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하게 된다. 오늘도 감사함으로 마무리하는 밤. 임산부라는 이유로 배려를 받았던 것에 감사를, 반겨준 다정한 사람들에 감사를, 장거리운전을 한 남편에게 감사를, 별탈없이 함께한 나무에게도 감사를, 잘 먹고 잘 놀다온 나에게도 감사를. 감사하게 자러 가야지. 땡큐 굿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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