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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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4일 화요일,
대구는 뜨겁네 뜨거워.
시원하게 에어컨이랑 선풍기를 틀어놓고 이불을 덮으면서 잠드는 밤. 언제 잠든지도 모르게 스르륵 꿈나라로 떠났다. ‘역시 집이 최고’라며, 가만히 누워서 멍하게 있던 남편 모습이 생각나서 피식 웃게 된다. 우리집 좋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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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를 만나러 가는 날.
4주 뒤에 오라고 날짜를 예약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한 달이 흘렀다. 궁금한 속도에 비해서 날짜가 더디게 가는 것 같지만 달력은 또 한 장을 넘겼다. 두근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남편이랑 병원으로 향한다. 늘 몸무게랑 혈압을 체크하는데 이게 뭐라고 또 떨리는지. 그새 또 무럭무럭 자란 우리 나무는 어느새 400g이 넘었다. 주먹을 꽈악 쥐고 얼굴을 가리고 있길래 쫙 펼친 손가락은 못봤지만 그냥 웃음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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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초음파로 나무를 관찰하는 시간.
손가락 발가락 개수, 뇌, 뼈, 심장과 위장, 양수의 양, 자궁경부길이 등 대부분을 확인시켜준다. 지난달만 해도 성별과 목 투명대 두께, 피검사로 기형아검사를 했는데 이번엔 꼼꼼하게 볼 수 있었다. ‘이렇게 누워 있어서 톡톡톡을 느꼈구나’하면서 상상하기도 하지만, 봐도 봐도 나무의 위치와 초음파 모습은 헷갈리고 어렵다. 어버버한 나와는 다르게 물 흐르듯 넘어가는 검사. 적당하다, 괜찮다는 말씀에 나도 괜찮아진다. 이 작은 몸에서 대동맥이나 장기들을 확인하고 피가 흐르는 걸 보면서, 또 묘해지는 기분. 이제 정말 아기 사람이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괜히 뭉클해진다. 나무가 자라고 있음을 남편과 공유하는 것도 감사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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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오자마자 수건을 개고 빨래를 널었다. 며칠을 흐린 것만 보다가 쨍쨍한 하늘을 봤더니 활기가 생긴다. 간단히 죽을 데워 먹고 대학병원으로 고고. 작년에 신경치료 받았던 치아를 확인하는 김에 스케일링을 했다. 임산부여서 조심스레 대하는 것도 있겠지만, 너무나도 친절하고 꼼꼼하게 진료를 봐주셔서 만족했다. s선생님, 담당선생님 최고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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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들러 장을 보는 우리. 갑자기 배가 고파서 허덕이던 우리는 음식 코너에 서성거렸다. 푸짐하게 유혹하는 닭강정을 사들고 차에 타자마자 몇개씩 집어 먹는다. 맛있다 맛있다를 외치고는 시장에 가서 과일까지 사서 돌아온다. ‘응답하라 1994’ 7화를 보면서 닭강정 파티를 열고, 저녁잠 2시간을 내리자는 우리는 다시 올빼미 놀이 중. 하루종일 뭔가 바빴고, 신났고, 행복했고, 감동스러웠던 8월의 어느날. 매일 감사한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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