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0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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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 목요일,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남편 전화소리에 눈을 뜨고 어슬렁 어슬렁 돌아다니는 이숭이와 혼자서 베란다에서 뭘 뜯어 고치는 남편의 하루가 시작됐다. 부산에 가신 엄마 아빠를 대신해서 이것저것 좀 알아봐드리고 여유롭게 늘어져있다. 오늘 첫 끼는 푸룬주스, 시리얼과 우유, 복숭아 두 개. 적당히 불어서 점점 눅눅해진 시리얼을 떠먹는 즐거움이 좋다. . 요즘은 허리가 종종 불편해진다. 앉아서 드라마를 보다가도, 뭔가를 하다가도 자주 눕고 싶어진다. 몸에 나타나는 다양한 신호때문에 만삭으로 가는 과정이 걱정되기도 했다. 임신을 하면 호르몬 때문에 감정 기복이 심해진다던데 아직까지는 무난하게 잘 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체중이 늘고 거대해진 내 몸을 바라보면 울적한 마음은 있지만) 그러다가도 나무가 톡톡톡 두드리면 불안한 마음도 금세 잊혀졌다. 무엇보다 세심하게 내 상태를 봐주는 남편 덕분에 이 시기를 웃으면서 잘 보내고 있었다. . 동화책을 읽고 네모네모 로직을 하는 시간. 틈틈이 나무를 불러보고 이런저런 말을 건넨다. 나쵸랑 우유를 꺼내서 ‘여름방학’을 보는 우리. 특별한 걸 하지 않아도 걱정없이, 편하게 휴가를 보내는 우리만의 여름방학. 지금 이 순간을 남편과 나, 나무 오롯이 셋이서 보내는 게 참 평화로웠다. . 오랜만에 밥을 안친다. 메뉴는 닭고기카레. 남편이 카레를 끓이고 나는 식탁을 차렸다. 여기서 또 빠지지 않는 것 중의 하나, 우유랑 복숭아. ‘응답하라 1994’ 8화를 보고,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을 틀었다. 꽃처럼 이쁜 호준이 오빠 보면서 빙긋빙긋 웃는 밤. 배는 부르고, 잠들기는 아쉬운 밤. 그래도 굿나잇.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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