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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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7일 금요일,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아직 무더위도 못 겪어본 것 같은데 입추란다. 입추 두 글자가, 곧 가을이라는 게 낯설기만 한 요즘. 일기예보를 봐도 해를 구경하기 어렵고, 구름 아니면 비 모양이 가득하다. 이미 과하게 내렸는데 이제 그만 그쳐주겠니. 피해가 더 커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집 남편은 비가 오면 농사 걱정, 저수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닌데.. 농부의 마음으로 살아가는 그를 위해서라도 평화를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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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동네빵집에 다녀왔다.
자전거를 타고 가려던 걸 말리길 잘 했다. 나가자마자 퍼붓는 비, 잠시 후에 식빵이랑 빵 두 개를 사 온다. 우리의 브런치는 프렌치토스트. 식빵이 맛있어 그냥 하나를 뜯어 먹었다. 달걀물을 풀고 적신 빵을 버터에 구웠다. 예전에 토스트나 샌드위치 정말 자주 만들어 먹었는데. 오랜만에 먹는 토스트에 몹시 신이 났다. 우유를 컵에 따르고 남편은 따뜻한 커피, 냉동망고랑 자두까지 꺼내서 한상을 차렸다. ‘응답하라 1994’ 9화를 보면서 깔깔깔 껄껄껄. 누가 누가 사투리 잘 쓰는지 대결도 하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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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는 네모네모 로직.
눈알이 빠질 것 같으면서도 이걸 붙잡고 있는 걸 보면 재미있나 보다. 귀여운 짱구랑 원시인 등 여러 개를 완성시키고 오늘 날짜를 적어둔다. 매 순간 나무랑 함께 하는 일. 침대에 누워 나를 위해, 나무를 위해 동화책을 읽어준다. 듣고 있는지는 몰라도 기꺼이 하는 5분의 책읽기. 그러다 낮잠 두 시간을 잤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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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카레를 데웠다.
약간 짭짤한 맛이라 우유를 넣어 부드럽게 바꿨다. 조가 들어간 쌀밥을 고봉으로 담고, 후라이 한 개씩 사이좋게 나눠 먹는다. 너무 많다고 우리 어디갔나. 우리를 너무 과소평가했나. 다 먹고 복숭아까지 깎아 먹다니. ‘응답하라 1994’ 10화를 보면서 낄낄낄. 동네백수처럼 참 잘 먹고 잘 쉬고 잘 논다 나는. 남편은 ppt를 만들고, 이제는 설계 프로그램을 켰다. 아까는 줄자랑 카메라를 들고 방 곳곳을 돌아다니는가 하면, 설거지도 했다. 하루를 참 알차게 보낸다며 존경의 박수를 쳐주는 나. 새로운 주수를 맞이한 나무도 대단해.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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