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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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9일 일요일,
육개장 컵라면 유혹에 넘어갈 뻔한 밤.
하도 먹고 싶다는 나, 남편도 계속 먹자고 하길래 부엌으로 달려갈 뻔했다. 먹을 때는 행복해도 먹고 나서 소화가 안 된다니, 배가 너무 불러서 힘들다고 할 것만 같아서 이성의 끈을 단단히 붙잡았다. 육개장 먹방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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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여름 휴가 마지막 날.
오늘 하루만큼은 정말 나태하게 보낼 거라고 아주 굳게 다짐을 했더란다. 7시 반에 일어나 아주 편한 자세로 누워서 폰을 보고 있다. 아침에 움직이는 나무 덕분에 남편도 톡톡톡을 느낄 수 있었다. 작고 소중한 느낌. 그러다 곧 눈을 감고 또 감고 잠이 드는 사람. 세계 제일 나태구렁이를 위해 바치는 아침 복숭아. 누워서 먹는 복숭아가 제일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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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그랬냐는 듯 쨍쨍한 하늘을 보니 당장 빨래를 해야할 것 같아 세탁기를 돌린다. 집에 있고 싶었지만, 어제 비 때문에 못 간 볼일을 보러 나가기로 했다. 삼덕동 으로 고고. 자연스레 햄버거가게로 고고. 육즙 팡팡 터지는 햄버거, 바삭한 감자튀김을 먹고 시-원한 사이다랑 콜라를 번갈아 마신다. 그래 이 맛이야. 목덜미와 발등이 뜨거울 정도로 햇빛이 내리쬔다. 크림라떼를 홀짝이고 엽서 한 장을 사들고 집으로 돌아왔다. 짧지만 강렬한 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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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고 늘어지는 오후.
네모 로직은 실패로 끝이 났다. 지우개로 다 지우고 흰 종이로 돌아간 퍼즐책. 내일 다시 도전을 하겠다며 쿨하게 덮고, 피자를 주문했다. 자전거를 씽씽 타고 피자를 찾아오는 남편과 함께 마지막 여유를 부린다. ‘여름방학’ 3화와 함께 느긋하고 천천히. 나는 사이다, 남편은 콜라로 기분좋게 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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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새로운 증상이 나타났다.
며칠 전에 짬뽕을 먹고 토한 이후로 목이랑 속이 뜨겁다. 내 속에 불을 내뿜는 공룡이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 그래서 요즘 탄산음료나 아이스크림, 주스 등 시원한 걸 자주 들이켰는지도 모른다. 물을 마시면 속이 좋지 않고, 안 마시면 속이 뜨거워서 참기 힘든 이 고통을. 엄마가 되는 과정을 참 멀고도 험난하다. 나무야 나 왜 이리 뜨거운 거야? 어우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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