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8월 10일 월요일,
어젯밤 양치질을 하고 나서 바로 변기를 붙잡았다.
불을 머금은 듯한 목구멍과 속은 피자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대로 다 토해버린다. 방심하지 말라는 건가. 눈물 콧물 쏙 뺀 일요일 밤. 그리고 우리는 왜 잠들지 못했나. 낮에 마신 커피? 20분 정도의 저녁잠? 탄산음료 카페인? 왜 왜 왜! 도대체 왜 우리는 밤새도록 뒤척였을까. 예약해둔 에어컨이 꺼질 때 2시간이 흘렀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후로도 계속 깨서 퀭퀭퀭한 우리. 오늘은 일찍 잡시다..
.
6시 45분에 알람이 울린다.
무거운 몸을 이끌고 일어난다. 남편은 출근 준비를 하고 나는 여느 때처럼 그를 돕는다. 안경 알을 닦고 사과를 깎고 빵을 잘라 통에 담았다. 아침의 첫 물 한 잔은 따뜻하게. 마스크를 챙겨서 나가는 그와 함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조심히 잘 다녀오라며 나무랑 인사를 나눈다.
.
열심히 자고 일어났다.
점심은 뭘 먹을지 고민하다 전화 한 통에 입맛을 잃어버린다. 왠지 억울하고 서럽고 서운하고 화가 나는 상황에 씩씩거리다가 금세 풀이 죽었다. 영혼없이 식빵을 뜯고 요구르트 하나를 마셨다. 스트레스 없이 잘 지냈는데 오늘은 스트레스이 철철 넘쳤다. 괜히 남편한테도 미안한 마음. 그래도 복숭아가 맛있어서 기분이 풀렸지만, 실패한 네모 로직은 또 힘들게 하네.
.
저녁을 차린다.
잡곡밥에 콩을 흩뿌려 넣고 국을 끓였다. 애호박을 채썰어 부침개를 하려고 반죽을 만들었다. 남편 오는 시간에 맞춰 청국장을 넣으려는 순간 곰팡이를 발견했다. 부랴부랴 슈퍼에 가서 청국장이랑 두부를 사 왔다. 오랜만에 건강한 한 끼 식사. 달달한 부침개를 뜯으면서 힘들었던 하루를 나눠본다. 나의 분노와 남편의 장트러블 에피소드. 이렇게라도 털어놓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서로를 토닥이는 우리. 참 다행이야.
.
깨어있던 새벽, 아침과 낮.
시시때때로 나무가 움직이고 있었다. 배꼽 밑에서 느껴졌던 톡톡톡은 왼쪽 옆구리, 오른쪽 옆구리, 윗배, 아랫배 등 다양한 공간에서 신호를 보낸다. 괜히 나무를 불러보고, 말을 걸어보는 우리만의 교감. 귀여운 나무. 오늘도 잘 보냈어?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