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_
_
8월 11일 화요일,
누운지 30분 만에, 앵앵앵 모기소리가 잠을 깨운다.
빛의 속도로 일어나 불을 켜고 두리번 두리번 거렸지만 잘도 숨었다. 물더라도 소리를 내지 말았으면. 아침까지 안나타나면 더 좋고. 한밤 중의 모기 대소동.
.
아침을 살짝 넘어가볼까 했는데 배에서 꼬르륵 시계가 울린다. 밥도 아닌 과일도 아닌 시리얼이랑 우유. 평소보다는 적게 타서 후루룩 마시고 다시 누웠다. 먹고 누우면 소가 된다고 했지만, 그저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소가 된 이숭이. 음메 음메.
.
쨍쨍하던 하늘은 또 사라지고 비가 내린다.
지긋지긋한 비. 늦은 점심으로 3분카레랑 밥을 데워 먹었다. 잘 익은 엄마표 깍두기. 아이스 맥심라떼까지 논스톱으로 먹는다. 네모네모 로직으로 소화를 시켜야지. 한참동안 머리를 쓰고, 쥐어 뜯다 겨우 그림 한 개를 완성시켰다. 나무와 함께한 퍼즐이 그리 기뻤는지 몹시 신났던 나.
.
퇴근한 남편은 부모님 일을 도와드리러 갔다.
오후부터 지금까지 거실을 지키고 있는 나는 남편을 기다리는 중. 의도한 건 아니지만 하루종일 연주곡이 흘러 나온다. 우연인지 캐논변주곡에서 유난히 톡톡거리는 나무 발견! 톡톡할 때마다 말을 걸어주곤 한다. 나무야 나무야~ 그냥 부르기도 하고, 자다 깼냐고, 이 음악 좋냐고, 나 불렀냐고 혼잣말을 하고 있는 내가 좀 웃기긴해도 순간 순간 소소한 기쁨을 누리고 있다. 배를 바라봤는데 배가 움찔거려서 신기한 느낌. 나날이 늘어가는 태동에 생각이 많아진다. 우리 나무 많이 컸구나!!!
.
오늘 야식은 햄버거.
음료수랑 감자튀김은 과감하게 패스.
이런 날도 있네. 흐흐흐. 와구와구 먹고 자야지.
다시 소가 될 테야. 굿나잇.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