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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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3일 목요일,
‘여보 따다(잘자), 나무 따다’로 인사를 하고, ‘여보 안녕, 나무 안녕’으로 시작하는 아침. 남편이 출근하고 나면 가끔씩은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날들이 있었는데, ‘나무’가 생긴 뒤에는 종종 수다쟁이가 되곤 한다. 혼잣말을 하고 있어도 다 듣고 있을 거라는 믿음 하나로. 우연히 톡톡 툭툭 나무가 두드리면 그리 기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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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딸꾹질을 하는지 5분정도 규칙적인 태동이 느껴졌고, 자세를 바꾸어 누우면 툭툭 치는 느낌이 강하게 전해졌다. 배를 향해 내려보고 있는데 옷이 들썩거리는 모습도 포착했다. 꿈틀꿈틀 톡톡 툭툭. 뭐야 뭐야, 아가가 내 배속에 있다니. 신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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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차려먹기 귀찮아 아이스크림을 꺼내 먹었다.
초코를 먹으면서 네모네모 로직에 빠지는 오후. 비가 그치고 폭염을 선물하는 중간없는 날씨때문에 빨래를 하기로 했다. 이불, 수건, 옷 빨래로세 번이나 돌아가는 부지런한 세탁기. 팡팡 털어 널고 오면 땀이 주루룩 흘러내려서 에어컨을 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무나무도 더위를 이겨내라고 물 한 바가지를 부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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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메뉴는 돈까스.
밥을 안치고 양배추랑 파프리카를 썰고 있을 때 남편이 집에 왔다. 쏜살같이 달려가 ‘여어어어보오오오’를 외치고 반겨주었다. 나랑 나무에게 인사를 하는 다정한 사람. 치즈돈까스랑 안심돈까스를 튀겼더니 기름 냄새가 집에 풀풀 날아다니고 있다. 그래도 어떤가. 맛있으니까 괜찮다. ‘응답하라 1994’ 12화를 보면서 깔깔 웃다가 찡해지기도 하는 평범한 하루. 새로 산 의자를 조립하고 앉아보는 우리, 그림을 그리는 나,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남편. 모든게 보통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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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 나온 뒤로 내 마음대로 컨트롤되지 않는 게 있다. 웃을 때마다 출렁출렁 흔들흔들거리는 나무배.
낄낄낄 깔깔깔 웃는데 왜 배가 떨릴까. 그런 내 모습이 웃겨서 배를 잡고 또 푸하하하 웃는다. 행여나 나무가 멀미할까 봐 걱정되긴 하지만, 웃긴 걸 어떡해. 나무야 괜찮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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