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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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4일 금요일,
예약해둔 에어컨이 꺼지고, 선풍기 소리가 조용해지는 순간 눈이 떠진다. 새벽에 꼭 한 번씩 가게되는 화장실 때문에 깨기도 하고, 얕은 잠에 든 날엔 더더욱 자주 시계를 들여다봤다. 오늘 새벽도 그 중에 하나. 새벽 4시, 우연히 깼는데 나무가 혼자서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톡톡 툭툭툭.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우리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소중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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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인사를 나누고 출근 준비를 하는 남편. 따뜻한 물, 초록사과랑 복숭아를 깎아서 간식을 챙겨주는 나. 각자의 아침이지만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퇴근 후에 같이 보내고 있으면서도 밤은 짧았고, 다시 떨어져 있는 우리. 각자의 하루를 응원하는 우리였다. 잘 다녀오십쇼. 오늘만 다녀오면 주말이지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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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황금같은 시간에 나는 잠을 잔다.
늘어지도록 자고 일어나서 그때부터 활동 시작. 밥을 데우고 밑반찬을 꺼냈다. 두부랑 비엔나를 구워서 케첩에 콕콕 찍어먹는다. 더 건강하게 먹고 싶은데 생각보다 잘 되지 않는 나의 식습관. 여기서 멈추면 좋았을 것을. 굳이 더위사냥까지 먹고 마는데.. 맛있어서 기분은 좋았지만 뭔가 모를 찜찜함은 늘 있다. 그래도 밥을 먹었다며 위안을 삼아본다. 책을 읽고 네모 로직에 빠져 놀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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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기념으로 통닭을 시켰다.
후라이드랑 간장 반반, 그리고 감자튀김. 일부러 시킨 사이다랑 콜라. ‘응답하라 1994’ 13화를 보면서 맛있게도 먹었는데 습관이 돼버린 ‘탄산음료 마시기’가 마음에 걸리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줄일 거라고 다짐을 하고는, 산책을 나간다. 오랜만에 걷는 길. 더운 바람도 마냥 괜찮은 밤 공기. 오늘도 우린 아무말 대잔치를 벌이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다이소랑 빵집에 들러 밤식빵 하나를 사들고 돌아오는 길. 이런 평범한 일상이 참 마음에 들었다. 감사함을 잊지 않는 것. 감사함으로 가득한 하루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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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은 모처럼 세차를 하러 떠났다.
11시 넘어서 나갔으니까 돌아오면 아마도 새벽 1시 30분쯤? 그렇게 좋은지, 세차 도구를 양손 가득 챙기는데 콧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귀엽다. 시원한 생수 하나를 선물로 주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배웅을 하고 왔다. 안녕안녕. 이열치열 빡빡 닦고오십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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