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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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0일 월요일,
남편의 출근 준비로 시작하는 월요일 아침.
떡 하나를 굽고 삶은 달걀 두 개, 사과 한 개를 깎아서 통에 담았다. 안경알도 닦아주는 친절한 이숭이. 물 한 잔까지 건네고 오늘 날씨도 알려주는 센스쟁이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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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가고 나서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
월요일에 운동을 가면 참 좋은데, 오늘따라 쉬고 싶었다. 덕분에 푹 자고 일어나서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하는 나. 세수를 하고 책상 방에 들어가서 영어책을 펼쳤다. 새롭게 시작하는 스티브 잡스 연설문. 이 연설문이 유명하다고 하던데, 매일매일 한 장씩 16일 동안 부지런히 읽고 부지런히 공부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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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밥을 차렸다.
집에서 밥을 안친 것도 참 오랜만이다. 잡곡밥, 후라이 두 개, 소세지 한 개, 멸치볶음이랑 장아찌를 꺼내서 먹었다. 디톡스 할 때부터 너무 그리웠던 달걀후라이. 케찹에 콕콕 찍어먹으니 꿀맛이다. 예전에 어디서 본 글인데,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중에서 나를 위해 정성껏 차린 밥상이 있었다. 시간을 들인 만큼, 정갈하게 차린만큼 내 자존감도 슉슉 올라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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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든하게 먹고 나니 커피가 마시고 싶어 졌다.
오후 4시가 넘어 집 앞 커피숍에 나왔다. 종이랑 연필, 키보드, 폰, 책 한 권을 들고 창가 자리에 앉아서 키보드를 두드렸다. 남편한테 밖에 나온 김에 저녁까지 먹고 들어갈 거라는 능청스러움까지 문자로 보냈다. 저녁 준비 안 해도 된다. 오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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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자마자 내가 있는 카페로 온 남편. 절반 남은 커피를 나눠 마시고 동네 식당에 가서 정식 한 그릇을 뚝딱 해치운 우리. 나는 겸손의 미덕, 남김의 미덕을 발휘해 밥을 조금 남겼다. 남기면 뭐해... 배스킨에 가서 초코나무숲을 퍼먹을 바에 밥을 다 먹는 게 낫겠다. 그다음 코스는 마트 오락실. 가는 길에 몸무게를 또 재어봤다. 밥을 먹은 직후라 예상은 했지만 숫자가 또다시 올라가고 있었다. 하. 이 칼로리를 농구로 불태워야지. 슛슛슛. 둘이서 8쿼터동안 공을 던지고, 멋짐을 폭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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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은 건 ‘응답하라 1997’ 드라마 보기. 남편의 정시퇴근 덕분에 가족사랑을 잘 실천하고 있는 우리집. 매일 30분 이상 대화, 놀이 등 시간을 가지고, 일주일에 2회 이상 저녁밥을 함께 먹는 일, 매월 1회 이상 데이트를 하는 것 등 잘 지켜나가고 있는 것 같다. 새삼 동네 산책을 하고 드라마를 보는 이 일상이 감사하게 느껴진다. 타지 생활 2년 차, 주부 이숭이는 ‘남편’이라는 든든한 친구가 있어서 덜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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