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816 이숭이의 하루

늘, 운명적인 타이밍

by 이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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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일요일,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놀 생각으로 12시에 눕는다. 둘 다 금방 잠들었는데, 나는 왜 이리 꿈을 많이 꾸고 깨는 걸까. 기억나는 것만으로도 5개. 짧게 자더라도 푹 자고 싶은데 말이다. 7시 반에 눈을 떴는데 진짜로 눈을 뜬 건 10시였다. 오 마이 갓. 오전이 다 지나가고 있다.. . 꿈에서 불안해하고 있던 터라 아침에 톡톡 거리는 나무의 인사가 무지 반갑다. 이 신호에 나도 응답을 해야할 것만 같아 ‘나무 안녕~’하고 말을 건넨다. 고마워, 오늘도 잘 자라줘서. 배고프다는 말에 부엌으로 들어선다. 남편과 같이 준비하는 브런치. 메뉴는 밤식빵으로 만든 프렌치토스트. 달걀물에 푹푹 묻혀 약불에 노릇노릇 굽는 토스트. 그리고 우유, 복숭아랑 파인애플. 여름방학과 어울리는 여름 과일들 덕분에 기분좋게 먹었다. 색깔 너무 예쁘잖아. . 시원하게 머리를 깎고 온 남편. 목 뒤로 깔끔해진 모습이 보기 좋아서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러본다. 나날이 짧아지고 있는 우리 둘 머리 길이. 누워서 폰을 가지고 놀다 스르르 잠이 들었다. 마침 남편은 나를 향해 있었는데 잠결에 윗 입술을 들썩거리며 찡그리는 모습에 둘다 웃음이 터지고 만다. 나 뭐가 불편했던거냐. . 나는 네모로직을 풀고 남편은 저녁을 준비한다. 콩쥐 혼자서 현미밥을 짓고 국을 데우고 달걀말이를 만든다. 나는 입으로만 도와주는 팥쥐 역할. 오늘도 정갈하게 만든 노란 달걀말이를 케첩에 콕콕 찍어 먹었다. 고추는 쌈장에 콕콕. 어머님이 사 주신 소고기국 한 그릇씩 비우고는 잘 먹었다고 인사를 나누는 우리. 설거지는 내가 할 법도 한데 굳이 가위바위보를 하자며 피해가려고 한다. 내가 해야하는데, 끝까지 다 정리해줘서 고마운 콩쥐. . 평화로운 오늘. 평화로운 일요일. 평화로운 내 상태. 평화로운 우리 사이. 평화로운 밤. 온통 평화로운, 평화로운 세계.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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