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운명적인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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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7일 월요일,
일기예보를 확인하는 아침.
어, 대구날씨 왜 이래. 오늘 37도? 내일 38도? 모레 39도? 도대체 얼마나 더 더워지려고, 얼마나 더 올라가려고. 길고 길었던 장마가 그리운 건 아니지만, 이 햇빛이 그리 반가운 것도 아닌. 더구나 이기적인 생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공포스러운 요즘의 나날들이다. 무섭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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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출근 준비 시간이 짧아졌다.
머리를 잘라서 그런지 금방 씻고 나온다. 내가 과일을 깎는 동안 그는 시리얼을 후다닥 먹고 있었다. 나는 사과랑 복숭아 몇 개를 입에 넣었다. 냠냠. 현관문 앞에서 마스크 잘 끼고 다니라고, 조심하자고 걱정을 나누는 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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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공기가 가득한 우리집.
조용한 곳에는 나무랑 내가 있다. 어젯밤 지금껏 제일 강한 툭!을 친 게 신기해서 토끼눈이 됐던 나. ‘나 많이 자랐죠’ 하면서 자랑을 하는 것같은 움직임이 느껴진다. 나무 6개월의 끝자락. 존재만으로도 감사한 우리 나무. 그러면서도 ‘내가 한 아이의 삶을 잘 받쳐줄 수 있을지, 잘 키워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늘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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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네모 로직, 시리얼과 우유, 빵.
동화책과 연주곡, 시원한 물 한 잔, 점점 뜨거워지는 우리집과 방패막이 되어주는 에어컨, 낮잠으로 오후를 보낸다. 남편의 퇴근 문자도 뒤늦게 보고 부랴부랴 저녁을 준비한다. 메뉴는 현미밥, LA갈비, 소고기국, 쌈채소랑 물김치. 고기를 뜯으면서 한끼 거하게 먹는 우리는 파인애플까지 잘도 먹었다. 남편은 컴퓨터랑 씨름을 하고 나는 로직을 붙잡았다가 드디어 휴식시간을 가진다. 더워도 더운 날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이 있어 그 나름대로 의미있는 여름. 그리고 나무가 태어나기 전, 마지막 여름이라 더 애틋해진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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